일론 머스크, '미국당' 공식화...정치권·증시 동요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오늘 미국당이 출범했다.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와 지출 법안에 서명한 직후 나온 발표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키울 것이라고 비판해왔다고 지난 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머스크는 "미국 국민 가운데 2대 1 비율로 새로운 정당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제 그 정당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낭비와 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단일정당 체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대선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에게 2억 8800만 달러(약 3940억 원)를 후원해 최대 기부자로 꼽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 예산 감축을 주도한 바 있다.
◇ 상·하원 일부 의석 집중 전략...제3정당 성공 가능성 낮아
하지만 미국에서 제3정당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미국인 절반 이상(평균 56%)이 제3정당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전체 표의 94~98%를 차지했다.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와 카말라 해리스가 98.2%를 나눠 가졌다. 상원 선거에서 제3정당 후보는 5~18% 득표에 그쳤고, 하원에서도 30%대 득표는 현직 양당 후보가 없을 때만 나타났다.
버팔로대(University at Buffalo) 콜린 앤더슨(Colin Anderson) 임상조교수는 "머스크의 브랜드는 트럼프와의 공개 갈등 등으로 손상돼 대규모 지지층 이탈을 이끌기 어렵다"고 말했다. 앤더슨 교수는 "공화당 내 기술·자유주의 성향 일부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테슬라 주가 7% 하락...투자자·이사회 '정치 몰입'에 우려
머스크의 정치 재진입 선언 이후 테슬라 주가는 7% 가까이 떨어졌다. 월가에서는 "머스크가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은 테슬라 투자자와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웨드부시증권(Wedbush Securities) 댄 아이브스(Dan Ives) 전무이사는 "주주들의 좌절감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며 "이사회가 머스크의 정치적 야망이 CEO로서의 상근 의무와 양립 가능한지 즉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최대 투자사 아조리아(Azoria) 제임스 피시백(James Fishback) 대표는 "머스크가 테슬라에 관심을 집중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회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 서한으로 알렸다. 피시백은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반발해 테슬라 중심 투자펀드 출시도 철회했다. 테슬라 투자자 알렉산드라 메르츠는 '현재는 머스크의 장기적인 경영 의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새로운 보상 계획을 서둘러 도입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미국당' 창당, 제도·현실의 벽 여전
머스크는 "미국당이 중도 80%를 대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유권자 다수는 재정 보수·사회 진보 정책 조합에 익숙하지 않다. 2024년 6월 설문조사에서는 자유 지상주의 성향 유권자가 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제3정당은 성공 사례가 드물고, 양당 구조와 선거법 등 제도적 장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미국 전역에서 정당 등록, 후보 찾기, 양당 지지층 이탈 유도 등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 크리스토퍼 니콜라스는 '머스크는 자금은 충분하지만, 정당은 개인 한 사람의 역량을 넘어서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로스 거버(Ross Gerber)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는 막대한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테슬라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미국당' 출범이 미국 정치권과 증시에 단기적 파장을 일으켰으나, 제3정당의 장기적 성공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테슬라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정치 몰입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제3정당은 기존 양당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으나, 제도적 한계와 유권자 구조상 지속적인 영향력 확보는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