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감시단체 클라이밋보이스 보고서 "20대 친환경 선도 기업, 상공회의소·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연간 수백만 달러 회비 납부"

기후정책 감시단체 클라이밋보이스(ClimateVoice)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는 20개 주요 기업이 미국 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기후정책 반대 로비단체에 연간 수백만 달러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더 히티드(The Heated)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이중적 행태는 미국의 기후정책 추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라이밋보이스 캠페인 책임자 제니퍼 앨린은 "이들 기업은 대중에게는 친환경 평판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 구매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를 적극 반대하는 단체들의 회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화석연료 업계와 연계된 거래단체들은 청정에너지 거래단체보다 27배 많은 자금을 기후 및 환경정책 방해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기업별 자금지원 규모와 대응 현황
애플은 2009년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상공회의소의 반대로 상공회의소를 탈퇴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회원으로 남아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로 시가총액이 미국 기업 전체의 20%에 달하는 최대 경영자 단체다. 클라이밋보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화석연료 업계 출신 로비스트 87명을 고용하고 있다.
우버는 2025년 무배출 차량공유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미국 상공회의소에 연간 5만 달러(약 6850만 원)에서 7만 5000달러(약 1억 원) 사이의 회비를 납부하며 화석연료 업계에서 133명의 유급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우버 커뮤니케이션팀은 "상공회의소의 모든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위해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앤존슨은 2045년까지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를 발표하고 7년 연속 기후주간 뉴욕을 후원했지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연간 25만 달러(약 3억 4200만 원)에서 50만 달러(약 6억 8500만 원), 미국 상공회의소에 50만 달러를 기부하며 화석연료 업계에서 28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204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했지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연간 9만 8000달러(약 1억 3400만 원), 미국 상공회의소에 60만 8300달러(약 8억 3300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이중적 행태가 실질적인 기후정책 추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청정에너지로의 공정한 전환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요 기후법안에 반대하며 발전소와 교통수단에 대한 오염 제한 조치를 방해하고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역시 기후정책 지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주요 오염 감축 노력들에 반대 로비를 펼치며, 현재 의회에 환경 및 기후 중심의 주주제안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反기후 로비 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펼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업들이 진정한 기후 리더십을 보이려면 反기후 로비단체와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