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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째 가격 하락, 끝없는 ‘떨이’…과잉경쟁에 스러지는 중국, 세계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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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째 가격 하락, 끝없는 ‘떨이’…과잉경쟁에 스러지는 중국, 세계가 흔들

전기차, 태양광, AI까지…넘쳐나는 물건, 바닥 모르는 가격 전쟁—중국발 ‘과잉’ 열차, 멈출 줄 몰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스포츠 장비 제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자전거 강철 테두리를 연마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스포츠 장비 제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자전거 강철 테두리를 연마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33개월 동안 계속 내려가고 있다. 경기 둔화와 더불어 과도한 공급이 맞물린 탓에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7(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물가 하락이 단순히 소비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과 국제 금융시장은 중국 특유의 공급 과잉 구조, 지방 정부와 기업의 경쟁이 출혈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정부·지자체 지원…철강·전기차·AI까지 생산 넘쳐나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내리면서 202210월 이후 3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같은 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CPI)0.1%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시장에선 이런 수치를 두고 철강과 시멘트 같은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태양광·인공지능 산업까지 전국적 과잉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FT지방 정부는 새 생산공장 유치에 집중하고, 이에 따라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짚었다.

브뤼겔 연구소는 올해 보고서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가동률은 2021년 정점 이후 크게 내려앉았다이는 단순한 경기불황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과잉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항만이 전기차 보관 창고로 바뀌고, 막대한 AI 반도체는 투자만 앞서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경제 연구진은 중국 정부가 국내 소비 진작 정책을 써왔으나, 노후대비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 공급조절 주문…과잉경쟁 단속나선 정부

FT베이징 중앙정부가 최근 철강·시멘트·건설 등 산업의 생산 조정을 공식 언급했다. ‘네이후안(內卷, 인볼루션)’, 즉 무의미한 경쟁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취지다라고 보도했다. 다만 기존 국영 대기업 중심의 생산조절과 달리, 민간기업과 신산업까지 조절 대상을 넓히는 경우 단일한 해법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지방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생산량 중심에서 소비와 혁신 쪽으로 고쳐야 한다보조금 정책도 손질할 시점이라 보고 있다. 시장 내에서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년 중국은 전기차 954만 대를 생산했지만, 실제 판매는 841만 대에 머물러 113만 대가 초과로 공급됐다. 2023년 배터리 생산량은 1.07TWh로 전 세계 수요를 훌쩍 넘었고, 태양광 모듈은 499GW 208GW만 수출됐다. 철강 생산능력도 연 117,000t에 달해 세계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크게 뛰어넘었다. 2025년 중국 에틸렌 생산능력 역시 5,500t, 예상 수요는 4,800t으로 공급 초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반값 전기차, 태양광 패널 수입이 자국 산업에 타격을 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해외 무역 마찰과 내부 성장 둔화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