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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일 뒤 러시아산 석유 제재' 예고...에너지 시장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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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일 뒤 러시아산 석유 제재' 예고...에너지 시장 흔드나?

트럼프의 100% 관세 경고에 인도·중국 휘청…OPEC+, 글로벌 유가 롤러코스터
2025년 7월 14일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알메티예프스크 외곽의 오일 펌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7월 14일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알메티예프스크 외곽의 오일 펌프. 사진=로이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100% 관세와 초강수 제재를 예고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에 또 한번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협상이 10~12일 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이전에 정한 50일 시한을 대폭 줄이고, 바로 2차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29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통해 전해졌다.

석유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실제로 시행에 옮겨질 경우 지난 6월 기준 하루 468만 배럴(전 세계 원유 수요의 4.5%)이나 되는 러시아 원유와 250만 배럴의 석유제품이 시장에서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인도(전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8%)와 중국(47%)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유가 급등과 동시에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 인도·중국, 러시아산 원유에 '줄을 선' 진짜 이유


현재 중국은 하루 200만 배럴에 이르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세계 최대 고객 자리를 지키고 있다. ESPO·소콜·우랄 등 주요 유종이 중국 국영·독립 정유공장에 공급되고 있다. 인도 역시 하루 150만~18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면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가 러시아산 수입을 줄일 경우 가격 협상력이 높은 중국이 그 남은 물량을 더 싸게 사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IEA 7월 보고서에서는 2025년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폭을 하루 70만~72만 배럴로 꼽았다. 이에 반해 공급은 하루 1억510만 배럴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8개국, 즉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지난달부터 220만 배럴 감산을 해제하고 월평균 13만7000배럴씩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8월에는 41만1000배럴, 일부 국가는 54만8000배럴까지 증산하게 된다.

IEA 조사 결과 6월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30만 배럴, UAE는 90만 배럴, 쿠웨이트는 60만 배럴의 여유 생산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OPEC+의 증산이 계획대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러시아 물량의 공백을 모두 채워 넣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실행될까?” 트럼프의 관세 폭탄, 불확실성 속 시장은 요동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제재 예고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시장과 금융권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이 실제로 철회된 전례를 감안할 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3% 이상 오르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IE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흑해 노보로시스크 항구에서는 외국 유조선 선적이 잠시 중단됐다가 곧 재개되는 일이 있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스크바가 공급 차질 카드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러시아의 대응, OPEC+ 증산 여력, 전 세계 수요 둔화 등이 겹쳐 당분간 국제유가와 원유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산유국 간 공급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합쳐지며 지금 국제 석유 시장을 둘러싼 불안 요소가 한층 짙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