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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1개 주 폭염에 멈춘 일상’…해마다 2,000명 넘게 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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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1개 주 폭염에 멈춘 일상’…해마다 2,000명 넘게 숨진다

“더위가 삼킨 미국 경제, 연간 130조 원대 손실…지구의 경고는 계속”
한 근로자가 미국 워싱턴주 레이크 포레스트 파크에서 태평양 북서부를 휩쓸고 있는 폭염 속에서 광섬유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 근로자가 미국 워싱턴주 레이크 포레스트 파크에서 태평양 북서부를 휩쓸고 있는 폭염 속에서 광섬유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전역이 연일 이어지는 초유의 폭염에 멈춰섰다. 뉴스위크는 지난 29일(현지시각) 국립기상청(NWS) 발표를 인용해 남부 평원에서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무려 31개 주 1억 명이 넘는 국민에게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일부 남서부 지역은 기온이 화씨 120도(섭씨 약 49도)에 육박하며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현지 기상 당국은 기온과 습도를 더한 열지수가 미국 동부에서는 화씨 115도(섭씨 46도)를 기록하며, 필라델피아 등 여러 도시에서 공항 운항이 중단되는 등 일상 생활 전반에 차질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폭염 경보를 받은 주에는 앨라배마,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시피,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와 인구 밀집지들이 대거 포함돼 더위 피해가 더욱 컸다는 평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마다 평균 2,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폭염으로 인한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공식 집계했다. 최근 5년간 직접·간접 피해 사망자로 최소 9,400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나왔다. 더위는 특히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를 위협하며, 현지 의료계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미 마드리가노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최근 뉴스위크와의 대담에서 “극심한 더위는 심장이나 신장질환을 악화시키고, 호흡기·정신 건강까지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 고온일수록 대기 오염물질 농도까지 올라 호흡기 질환자가 더욱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폭염 노출 뒤에는 즉각적으로 열경련, 열사병, 열탈진 등 다양한 온열 증상이 나타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노동자 건강에 직격탄을 날린 폭염의 경제적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무디스와 국제 환경기구, 주류 언론들이 밝힌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폭염에 따른 연간 경제적 손실이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선에 이른다. 농업과 건설업 등 야외 노동 현장에서 생산성이 급격히 줄고, 건설 작업 중단과 잦은 기계 고장, 심지어 산업 현장 대규모 퇴사를 불러왔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달라스지역본부도 텍사스 한 주에서만 지난해 약 240억 달러(약 33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히는 등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점을 여러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국립기상청과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더위가 잠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니, 실내에 머무르고, 냉방 시설이 없다면 공공 냉방센터를 적극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OSHA는 야외 노동자의 경우 그늘과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쉬면서 자주 물을 마시고, 가능한 한 일을 새벽이나 저녁 기온이 낮을 때로 옮기라고 안내했다.

기록적인 더위와 이로 인한 피해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미국인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경제를 위협하는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