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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美·中 정상회담 앞두고 對중국 강경 기조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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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美·中 정상회담 앞두고 對중국 강경 기조 후퇴

지난 2019년 6월 29일(현지시각)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6월 29일(현지시각)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타이완 문제와 기술 수출 규제를 둘러싼 기존의 강경 기조를 완화하면서 안보 전문가들과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고위급 미·중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일정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지난달 예정돼 있던 타이완 국방장관과 미국 국방부 간 회담도 무기한 연기했다. 아울러 중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만 고위급 인사 미국 방문 잇따라 취소


라이칭더 총통은 당초 다음달 초 중남미 순방길에 미국 댈러스와 뉴욕을 경유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경유 도시와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라고 요청하면서 일정이 무산됐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WP에 "방문 자체를 불허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제약을 가했다"고 말했다.
구웨이룡 대만 국방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비슷한 시기 갑작스레 취소됐다. WP는 이 회담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통화 직후 무산됐다고 전했다.

◇ AI칩 수출 허용에 안보 전문가들 반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만든 AI칩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가 7월 들어 이를 번복하고 수출을 허용했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적극적인 설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초당파 안보 전문가 20명은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공동서한에서 "AI 기술은 21세기 군사·경제 패권의 핵심인데 이를 중국에 넘기는 건 전략적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서한에는 데이비드 페이스, 매슈 포팅거 전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리도 포함됐다.

◇ 무역 협상 앞두고 수출 규제 표현도 완화


이달 초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의 사용이 수출 통제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지했다가 중국의 반발로 표현을 ‘위험을 알린다’는 식으로 완화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미국으로의 희토류 수출 승인을 중단했으며, 미국도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항공기 부품, 에탄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달 런던 회담 이후 양국은 상호 규제 조치 해제를 발표했고 현재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 안보보다 거래 중시 비판…백악관은 “미국 이익 최우선”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미국에 희토류 자석을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 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중국의 펜타닐 수출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건설적인 미·중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클 소볼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보다 미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을 더 중시한다"고 비판했다. 일라이 라트너 전 국방부 고위 관리도 “대만 관련 양보는 미국 정책이 협상 가능한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줘 중국의 압박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에게 "시 주석으로부터 방중 초청을 받았으며 머지않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9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는 "시 주석의 초청이 있었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