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액 수입물품에 적용되던 이른바 ‘디 미니미스(de minimis) 관세 면제’ 조항을 전면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30일(이하 현지시각) 서명했다고 CBS뉴스와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과 구리 수입품에 대한 50% 신규 관세 부과와 함께 디 미니미스 조항의 전면 폐지를 백악관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이 조치는 지난 5월 중국과 홍콩에서 발송된 제품에 한해 부분적으로 먼저 적용됐으며 이번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백악관은 “이 조항은 관세 회피와 불법 물품 반입을 초래한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었다”며 새로운 관세 규정을 다음달 2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800달러 이하도 ‘예외 없다’…미국 소비자 가격 인상 불가피
이 조항은 2015년 연간 약 1억3400만 건이던 소액물품 수입이 2025년 현재 약 14억 건으로 급증할 만큼 미국 소비자들의 직구와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일부 유통업체가 디 미니미스 조항을 악용해 관세와 법 집행을 회피하고 사망 위험이 있는 합성 오피오이드나 덤핑 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왔다”고 주장하며 제도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세관 검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는 글로벌 유통망의 확산에 종지부를 찍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특히 저가 의류·잡화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계 쇼핑몰 쉬인과 테무 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과 홍콩에 한해 적용된 관세 면제 폐지 당시, 티무는 자사 미국 내 물류창고에서만 상품을 배송하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 ‘특혜 폐지’에 찬반 팽팽…소비자 부담 vs 자국 산업 보호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쉬인과 테무 같은 초저가 유통망이 사실상 ‘세금 없는 쇼핑’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온 구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디 미니미스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하고 있다.
향후에는 국제우편으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 원산국에 따라 ‘가산세’ 또는 ‘건당 고정 관세’가 적용된다. 고정 관세는 물품당 80달러(약 11만7000원)에서 200달러(약 27만7000원) 수준이며 6개월의 유예기간 이후에는 전면적으로 가산세 방식으로 일원화된다.
다만, 개인 여행자는 최대 200달러(약 27만7000원)까지의 휴대품 반입과 100달러(약 13만8000원) 이하의 선물 수령은 면세가 유지된다.
디 미니미스 조항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패션업체 포에버21은 자사 매장 철수 배경 중 하나로 “디 미니미스 제도를 통해 저가 중국산 의류가 대거 유입된 점”을 지목한 바 있다. 반면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조치로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의존해온 저렴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산 커피·오렌지주스 등 주요 수입 품목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도 동시에 발동했다. 그는 이 조치와 관련해 “브라질의 현 정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에 대해 정치적 박해와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