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동안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 파월 의장을 정면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내부의 강한 반발 기류를 언급하며 의장 교체 요구 수위를 조절한 모습이다.
◇“의장직 유지 어렵다”…건물 리노베이션 예산 문제로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연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파월 의장의 예산 집행 문제를 정조준했다. 그는 “워싱턴의 연준 본부 건물은 수억달러 예산을 초과한 상태”라며 “마치 자기를 위한 궁전을 짓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오래 못 쓸 테니 다행”이라며 “파월은 곧 그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준은 현재 약 25억달러(약 3450억원)에 달하는 청사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문제 삼아 파월 해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5월 대통령이 정책상의 이유만으로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준 내부 반발 커져…보수 성향 이사 2명 첫 동반 반대
연준 내부에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 두 명이 기준금리를 4.25~4.50% 수준에서 동결한 결정에 반대했다. 이는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이중 반대’ 사례다. 두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 이사회의 강한 반대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제 이사회가 파월로부터 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지표 부진…트럼프는 “금리 내려야” 압박
7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7만3000명에 그쳐 최근 수개월보다 크게 둔화됐다. 6월과 5월 수치는 각각 1만4000명, 1만9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없으며 기준금리를 3%포인트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평균 4.33% 수준에서 1% 초반까지 낮추자는 의미다.
그러나 연준의 물가 상승률 기준 지표는 연율 2.6%로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급격한 금리 인하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이날 애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오는 8일 사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그녀는 파월이 금리를 잘못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파월 의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회를 추가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