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취임한 인텔의 리프-부 탄 최고경영자(CEO)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임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인텔 이사회가 정치적 압박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실리콘밸리에서 제기됐다.
11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이클 모리츠는 전날 FT에 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근거보다 정치적 압박에 가까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인텔 CEO는 이해충돌이 심각하니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도 이에 동조했다.
두 사람은 탄 CEO가 과거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 캐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 시절 중국과의 불법 수출 거래에 연루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캐던스는 2015~2021년 사이의 중국 불법 수출 혐의를 두고 1억4060만 달러(약 1890억 원)에 지난달 합의했다. 또 탄 CEO가 벤처캐피털로서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한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탄 CEO가 지휘하는 인텔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받은 80억 달러(약 10조76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집행에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모리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가운데 이번 공격은 현대 정치사에서 유례가 드물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탄 CEO는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받은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원자핵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월든 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만과 중국에서 심층 기술기업에 투자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캐던스를 이끌며 매출을 세 배로 늘리고 주가를 3200% 이상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켰다.
올해 초 취임한 그는 인텔의 제조 경쟁력을 회복시키고 엔비디아·TSMC 등 경쟁사에 뒤처진 점유율을 만회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모리츠는 “지난 20년간 여섯 명의 CEO가 실패한 인텔 부흥을 이룰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라며 “정치적 소모전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모리츠는 “인텔 이사회가 ‘백본(척추)’을 세우고 구태의연한 정치적 압박에 맞서야 한다”며 “타미 와이네트의 노래처럼 ‘자신의 남자를 지켜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