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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드사이드, 안전·환경 문제로 해상 유전 해체 사업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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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드사이드, 안전·환경 문제로 해상 유전 해체 사업 '좌초'

잇단 중대 재해에 호주 규제 당국 '칼' 빼들어…작업·안전 계획 전면 재검토 지시
유네스코 유산 오염·노동자 사상…환경·노동계 비판 수위 최고조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연안에 있는 스타이배로 벤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항공 사진. 사진=MODEC이미지 확대보기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연안에 있는 스타이배로 벤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항공 사진. 사진=MODEC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우드사이드 에너지가 해상 유전 해체 작업에서 연이은 안전과 환경 문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해양 규제 당국이 작업 중단과 계획 전면 재검토를 담은 강력한 새 지침을 내놓으면서 대규모 해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업스트림 온라인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사고뿐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진 우드사이드의 안전 관리 부실에서 비롯했다. 실제 2023년에는 노스 랭킨 시설에서 고위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숨졌고, 최근 미국 텍사스에 있는 암모니아 공장에서도 노동자가 떨어져 숨지는 등 국내외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고압 인양 장비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노동자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가 손상되는(기흉)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 규제 당국 '철퇴'…환경·노동계 '반발'

호주 국립해상석유안전 및 환경관리청(NOPSEMA)은 최근 우드사이드의 해체 작업 과정에서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3개 해상 유전에 대한 새로운 일반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침 대상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연안의 스타이배로와 그리핀 유전, 빅토리아주 연안의 미네르바 유전이다.
환경단체와 노동조합의 비판 목소리도 높다. 그린피스 호주-태평양 지부의 제프 바이스 WA 캠페인 책임자는 "우드사이드가 또다시 연방 규제기관과 문제를 일으킨 것이 놀랍지 않다"며 "지금 속도라면 우드사이드가 말하는 해체는 분해에 더 가깝다"고 꼬집었다. 노동조합 역시 "반복되는 사고"를 지적하며 회사 측에 안전 문화 전면 점검과 근본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우드사이드 쪽은 그간의 성과를 내세우며 공식 해명에 나섰다. 우드사이드 대변인은 "엔필드 유전의 마지막 기반 시설을 회수해 여러 해에 걸친 해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엔필드, 스타이배로, 미네르바, 그리핀 유전의 모든 유정은 영구 폐쇄됐으며, 제거 작업을 통해 140km가 넘는 파이프와 100개의 해저 구조물을 포함한 총 2만 5000톤 이상 기반 시설을 육지로 옮겨 재활용과 재사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후 자산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 일부 해체 활동이 영향을 받았다"며 "안전한 해체 결과를 얻고자 추가 엔지니어링과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개정된 일반 지침은 필수 계획과 준비 활동에 추가 시간과 명확성을 준다"고 덧붙였다.

◇ 스타이배로·그리핀·미네르바…곳곳이 '지뢰밭'

하지만 NOPSEMA가 지적한 문제는 심각하다. 2015년 생산을 멈춘 스타이배로 유전에서는 작업자 부상으로 이어진 안전사고, 분리형 터렛 계류 장치 회수 실패, 해저 기반 시설 안의 하이드레이트(가스와 물이 섞여 어는 물질) 존재, 탄화수소 유출을 막기 위한 추가 연구 필요성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이곳에서 가까운 닝갈루 해안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여기에 화학 오염수 약 6만 4000리터가 흘러들어 환경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NOPSEMA는 우드사이드에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가장 낮은 수준(ALARP)'의 위험 관리 방안을 담은 계획을 다시 짜라고 명령했다. 스타이배로에 남은 구조물 제거 작업 재개는 2026년 말로, 완료 시점은 2029년 12월 31일 이전으로 정해졌다.

2009년 생산이 멈춘 그리핀 유전 역시 지난 5월 유출 사고로 노동자들이 황화수소(H₂S)에 노출될 위험에 처했고, 이 때문에 작업이 중단됐다. NOPSEMA는 남은 기반 시설 제거를 2027년 4월 30일까지 다시 시작해 그해 말까지 끝내라고 지시했다.

2019년 가동을 멈춘 미네르바 유전에서는 파이프라인을 제거하던 중 충전재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환경 사고가 발생해 작업이 멈췄다. 남은 설비의 제거 완료 시한은 2028년 4월 30일로 정해졌다.

그린피스의 제프 바이스 책임자는 "우드사이드의 해체 문제는 안전 기록과 일정이 틀어지면서 점점 쌓이고 있다"며 "빅토리아주 구조물에서 나온 플라스틱이 현지 해변으로 밀려오고, 위험한 안전사고가 일어났으며, 닝갈루 해안 근처 바닷속에 가라앉은 거대한 라이저 터렛 계류 장치와 얽힌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