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명 내 연료 교체 불필요…탄소 배출 '제로' 시대 개척
미국선급협회 기본승인 획득…친환경 선박 패러다임 전환 예고
미국선급협회 기본승인 획득…친환경 선박 패러다임 전환 예고

전 세계 해상 운송 산업이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한국이 세계 최초로 소형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개발하며 친환경 선박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이 선박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와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기본승인(AiP)을 획득하며 국제 안전 기준을 충족했음을 공인받았다고 비셰그라드 포스트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원자력 기술이 해상 운송의 미래를 재편할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에 공개된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은 100메가와트 열출력(MWth)의 소형 용융염 원자로 기반 추진 시스템이다. 기존 원자로가 고체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MSR은 액체 상태의 핵연료와 냉각재를 용융염 형태로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꼽힌다.
가장 혁신적인 점은 선박의 설계 수명 동안 연료를 단 한 번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잦은 연료 재충전과 그에 따른 유지보수로 인한 운항 중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한다. 결과적으로 선박의 가동 효율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막대한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진은 연료 교체 없는 운항 능력이 기존 추진 시스템을 뛰어넘는 혁명적 이점이라고 강조하며, 이 기술이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해상 운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력 기술을 해양 환경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이번 성과는 미래 해운 산업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해상 운송의 친환경 혁명
이번 기술 발표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전시회 '가스텍 2025'를 앞두고 이루어진 점도 전략적인 행보다. 전 세계 에너지 및 해운업계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국가적 사업으로, 첨단 원자력 기술을 통해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개발 성공으로 한국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자력 전문성과 삼성중공업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해양 공학 기술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시너지의 결과다. 첨단 기술 발전이 어떻게 국가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 파급 효과 또한 막대할 전망이다. 연료 소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해운업계의 오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잦은 재충전이 필요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운영 비용 절감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혁신은 다른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의 관련 기술 투자를 촉진하고,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해양 운송 솔루션을 향한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기술 초격차 확보…국제 표준 선점이 관건
MSR 기술의 해양 적용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원자력 추진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 수준의 엄격한 규제 체계와 강력한 안전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원자력 추진 기술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국제 사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은 2026년까지 해상 용융염 원자로의 개념 설계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R 동력 LNG 운반선의 등장은 청정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해상 운송을 향한 인류의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앞으로 국제 규제 기관들이 이 첨단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뒤를 이어 해상 함대에 원자력 솔루션을 도입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