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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토요타, 'AREA 35' 가동…글로벌 생산망 효율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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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토요타, 'AREA 35' 가동…글로벌 생산망 효율 극대화

일본 등 10개 공장서 부품 최대 80% 감축…연 8만 대 추가 생산 능력 확보
전동화 시대 투자 부담 속 '내실 다지기'…사람 중심 근무환경 개선도 추진
토요타가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효율화 프로그램 'AREA 35'를 본격 가동했다. 토요타는 부품 종류를 최대 80%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확보된 공간을 직원 복지를 위해 활용하는 등 '가이젠' 혁신을 전 세계 공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가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효율화 프로그램 'AREA 35'를 본격 가동했다. 토요타는 부품 종류를 최대 80%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확보된 공간을 직원 복지를 위해 활용하는 등 '가이젠' 혁신을 전 세계 공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토요타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자사의 상징인 '가이젠(改善)' 생산 방식을 한 단계 진화시킨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개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재검토해 숨은 비효율을 제거하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고 닛케이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미 일본을 포함한 10개 공장에서 부품 종류를 최대 80% 줄이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이 혁신 모델을 전 세계 18개 공장으로 확대해 원가 경쟁력과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AREA 35', 낭비와의 새로운 전쟁


이번 혁신은 'AREA(에어리어) 35'로 불리는 생산 효율화 활동이 중심에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활동은 유사 부품을 통합하고 불필요한 재고를 줄여 공장 내 유휴 공간을 35%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공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확보한 여력을 미래차 생산과 직원 근무 환경 개선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토요타는 연간 1000만 대 생산, 전 세계 54개 완성차 공장을 기반으로 거대한 공급망을 운영한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약 3만 개에 이르고, 일본 내 거래처도 연 6만여 곳에 달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양이 거의 같은 부품이 중복 관리되거나, 판매가 부진한 사양의 부품이 재고로 남아 생산 공간을 차지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기 쉽다.

토요타의 우에다 야스시 중형차 부문 사장은 "'AREA 35'는 '연간 1000만 대를 만드는 자산을 전부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처럼 개별 차종 단위의 개선을 넘어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자 문제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판매, 개발, 공장, 조달 등 핵심 부서에서 모인 전문가 40여 명이 '사무국'을 꾸려 전사 차원에서 부품 최적화 작업을 지휘한다.

판매 데이터 기반 '선택과 집중'


'AREA 35' 활동은 단순히 생산 현장의 부품 가짓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실제 수요를 정확히 반영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을 과감히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토요타의 미야자키 요이치 부사장은 "자동차에는 수많은 사양이 있지만, 그중에는 거의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사양도 있다"며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사양과 부품 종류를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제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이 활동을 먼저 시작한 국내외 10개 공장에서는 부품 종류를 최대 80%까지 줄여 공장 공간을 평균 35%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일본 내에서만 연간 8만 대의 생산 능력을 추가했다.

아이치현 모토마치 공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기판 장착용 전선 뭉치(와이어 하네스)는 총 101개 품목에 달했지만, 분석 결과 이 중 42개 품목은 단 한 번도 생산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필요한 부품을 솎아내자 개발과 생산 효율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확보한 공간에 직원 휴게소를 조성하는 등 사람 중심의 근무 환경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끝없는 개선'으로 미래차 시대 대비


토요타는 'AREA 35'의 성공 모델을 2025년부터 체코, 캐나다, 미국 텍사스 공장 등 전 세계 18개 주요 거점으로 본격 확대한다. 우에다 사장은 "이 활동에는 끝이 없다"며 "각 지역과 공장이 처한 고유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사무국을 중심으로 성공 사례와 데이터를 공유하며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가 이처럼 생산 시스템 혁신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이 있다.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HV), 전기차(EV), 연료전지차(FCV)까지 모든 종류의 차량을 생산하는 '전방위 전략'은 차종 다양성이라는 강점인 동시에, 관리해야 할 부품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여기에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막대한 투자 부담도 더한다. 토요타는 2025 회계연도(2026년 3월 마감)에 연구개발비로 지난해보다 3% 많은 1조 3700억 엔, 설비투자에는 8% 늘어난 2조 3000억 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항목 모두 사상 최고치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장벽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 또한 현지 생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복잡성이 커지고 투자비가 급증하면서 현장의 낭비를 없애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가 됐다.

토요타의 이번 혁신은 막대한 투자를 뒷받침하며 투입 대비 산출(ROI)을 극대화하는 내실 다지기다. 토요타는 '대규모 투자 확대'와 '내부 가이젠을 통한 효율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