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호주, 독자 중거리 미사일 개발 검토…미국 보장 불신 확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호주, 독자 중거리 미사일 개발 검토…미국 보장 불신 확산

안보 분석가 "사거리 5,500km 이동식 미사일로 강력한 독자 억제력 갖춰야"
개발 협력 후보로 이스라엘 '예리코 3'·한국 '현무-5' 거론…기술 자립도 강점
호주가 독자적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력한 개발 협력 후보로 한국의 '현무-5'와 이스라엘의 '예리코 3'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강력한 독자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사진=디펜스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호주가 독자적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력한 개발 협력 후보로 한국의 '현무-5'와 이스라엘의 '예리코 3'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강력한 독자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사진=디펜스 블로그
앞으로 닥칠 안보 위기에서 미국의 역할을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가 독자적인 장거리 타격 능력, 특히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의 저명한 국방 분석가 로스 배비지는 16일(현지시각) 안보 전문지 '더 스트래티지스트' 기고문에서 "고조되는 전략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비해 호주가 독자 장거리 타격 능력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국방군(ADF)이 미국의 안보 보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강대국을 상대로도 '매우 강력한 독자 억제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과 별개로 호주 본토 방어를 위한 독자 군사력 건설을 촉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 "판도 바꿀 비대칭 전력"…이동식 탄도미사일

배비지 분석가가 제시한 핵심 전력은 사거리 3000~5500km에 이르는 도로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그는 이 무기 체계가 ▲어떤 적도 요격하기 어렵고 ▲수십 분 안에 수천 킬로미터 밖의 지상·해상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위장과 은폐로 발사 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해 생존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적에게는 '조기 타격 능력'의 위협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도로 이동식 탄도미사일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아군의 인명 피해 없이 적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1년 걸프전 때 연합군이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찾는 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상기시키며, 이동식 미사일이 적의 작전 수행을 방해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배비지 분석가는 이 미사일이 단순한 공격 무기를 넘어, 잠재 적국의 침략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쟁 자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무기 배치는 어떤 적에게든 침략의 대가를 높여 공격을 생각하기 전에 두 번 고민하게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위성항법장치(GPS) 도움 없이도 미사일 자체에 내장된 센서로 목표를 추적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적의 방공망을 뚫고자 기만체(Decoy), 전자전 대응책 같은 침투 보조 장치를 싣고, 미사일 한 발에 여러 목표를 각각 공격할 수 있는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체(MIRV)'를 달아 파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발사대는 암호화된 호주 국방군 전투 네트워크와 연결해 정확한 명령을 받아야 한다.

◇ 협력 후보는 한국과 이스라엘

배비지 분석가는 호주가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가진 나라와 협력하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1단계로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가 없는 우방국 가운데 협력 상대를 정한 뒤, 2단계로 해당 나라의 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예비 부품을 우선 들여오고 체계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개조를 거쳐 즉각 전력을 확보하며, 마지막 3단계에서 공동 개발·생산을 통해 기술을 넘겨받아 완전한 독자 역량을 갖추는 방식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협력 후보로 한국과 이스라엘을 꼽았다. 이스라엘의 '예리코 3'는 사거리가 최대 6500km에 이르며, 한국의 '현무-5' 역시 최대 5000km의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가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와 '두뇌'인 탄두, 그리고 방어 체계까지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하는 높은 미사일 기술 자립도를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 기술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협의체인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 회원국이라는 점이 변수다. 이 때문에 배비지 분석가는 한국이 기술 이전을 주저한다면, MTCR 비회원국인 이스라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미국의 역할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한다. 배비지 분석가는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방관을 택하거나 우리의 주권을 해치는 조건을 지원의 전제로 내걸 가능성을 이제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급변하는 인도-태평양의 전략 구도 속에서 나라의 주권을 지키려면, 적의 셈법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독자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번 제안의 핵심을 이룬다. 호주의 자주국방 역량을 크게 높일 중대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