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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졸업 전 다 따라잡는다”…전 구글 임원, 법학·의학 박사도 시간 낭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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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졸업 전 다 따라잡는다”…전 구글 임원, 법학·의학 박사도 시간 낭비 경고



자드 타리피. 사진=구글이미지 확대보기
자드 타리피. 사진=구글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박사학위조차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에서 최초로 생성형 AI 팀을 이끌었던 자드 타리피는 19일(현지시각) 포춘과 인터뷰에서 “AI는 박사과정을 마칠 때쯤이면 이미 현재의 난제들을 해결해버릴 것”이라며 “법학·의학 같은 장기 학위도 젊은 세대에겐 인생의 몇 년을 ‘그냥 버리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학위 시대 끝났다”

타리피는 2012년 AI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학위를 모으는 게 아니라 독특한 관점과 주도성, 정서적 통찰, 강한 인간적 유대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I와 생물학처럼 특정 분야와 연결된 세부 영역을 택하거나 아예 학위 대신 ‘사람과 깊게 연결되는 능력’을 키우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테크 업계도 같은 문제의식

타리피뿐 아니라 주요 테크 리더들도 교육 시스템의 낙후성을 지적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팟캐스트 ‘디스 패스트 위켄드’에 출연한 자리에서 “대학이 오늘날 필요한 일자리에 사람들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한다”며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달 초 “GPT-5는 처음으로 ‘어떤 주제든 박사급 전문가와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사 과정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

다만 당장 박사 과정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MIT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I 박사 졸업생의 70%가 민간 기업으로 향했으며 20년 전 20% 수준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시카고대 헨리 호프만 컴퓨터과학과 주임교수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이 원하는 일자리를 학위 중에 바로 얻는다면 계속 학위를 하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력 없는 학생이 바이트댄스의 ‘고액 연봉 제안’을 받고 중도에 학위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포춘은 “학부의 보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 Z세대가 연봉 20만달러(약 2억7800만원) 이상을 노리고 대학원으로 몰리지만 일부는 심지어 1억달러(약 1조3900억원) 규모의 사이닝 보너스 이야기에도 흔들린다”고 전했다. 결국 AI 발전 속도가 커리큘럼 개편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고학위만으로는 더 이상 확실한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