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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고속철, '일대일로'의 딜레마…누적 적자에 연장 계획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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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고속철, '일대일로'의 딜레마…누적 적자에 연장 계획 '흔들'

개통 1년 만에 적자 4배 급증…정부, 부채 재조정 착수
수라바야 연장 사업도 '가시밭길'…중국 지원 없인 좌초 위기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가 개통 1년 만에 심각한 적자에 빠지면서 연장 사업마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부채 재조정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KCIC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가 개통 1년 만에 심각한 적자에 빠지면서 연장 사업마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부채 재조정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KCIC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혔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가 개통 1년도 채 안 돼 심각한 적자에 직면했다. 짧은 운행 구간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은 가운데,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부채 재조정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자바섬을 횡단하는 대규모 연장 계획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사업 전체의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닛케이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우시(Whoosh)'라는 이름으로 운행을 시작한 이 고속철도는 수도 자카르타와 서자바주의 핵심 도시 반둥을 잇는 약 140km 구간을 달린다. 출발 10분 만에 시속 350km에 이르는 속도와 쾌적한 승차감 덕분에 사업과 관광 수요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운영사인 인도네시아-중국 고속철도회사(KCIC)는 지난 6월 말 누적 승객이 10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하며 외형적 성공을 알렸다. 운행 체계의 현지화도 점차 자리를 잡아, 지난해 7월부터는 인도네시아인 기관사가 처음 운전을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기관사 34명과 기술자 21명이 운행에 참여하는 등 기술 이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 겉도는 성공, 눈덩이 적자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KCIC는 국영철도회사(KAI)를 중심으로 한 국영기업 연합이 지분 60%를, 중국계 기업이 40%를 가진 합작법인이다. 이 국영기업 연합은 지난해에만 4조 1900억 루피아(약 3561억 원)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그 전해보다 4배 이상 불어났다. 중국 쪽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적자액은 더욱 커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KCIC의 지난해 적자 예상액은 3조 2000억 루피아(약 2720억 원)였지만, 실제 적자 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애초 예상했던 연 매출 2조 루피아(약 1700억 원)를 훨씬 웃도는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는 140km에 불과한 짧은 운행 거리가 지목된다. 이용객이 한정돼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바섬을 횡단해 제2의 도시 수라바야까지 노선을 500km 이상 늘리는 확장 계획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인프라·지역개발조정부의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 장관은 지난 7월 29일 "노선 연장은 지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며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140km 단선'의 한계…연장 계획도 안갯속

기존 노선의 적자 해소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연장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반둥까지의 1단계 사업부터 비용 문제가 심각했다. 애초 55억 달러(약 7조 6186억 원)로 예상했던 총사업비는 공사가 늦어지면서 70억 달러(약 9조 6964억 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 가운데 75%는 중국개발은행 대출로 메웠다. '재정 부담 없음'이라는 중국 쪽 약속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던 조코 위도도 정부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국영철도에 3조 2000억 루피아(약 2720억 원)의 나랏돈을 투입해야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다난타라)'까지 직접 나섰다. 다난타라의 도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7월 말 "운영 문제를 다시 살피고, 국영기업 연합의 막대한 빚을 해결할 장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고강도 재무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수라바야 연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중국 쪽의 확실한 자금 지원 없이는 인도네시아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