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년 만에 적자 4배 급증…정부, 부채 재조정 착수
수라바야 연장 사업도 '가시밭길'…중국 지원 없인 좌초 위기
수라바야 연장 사업도 '가시밭길'…중국 지원 없인 좌초 위기

지난해 10월 '우시(Whoosh)'라는 이름으로 운행을 시작한 이 고속철도는 수도 자카르타와 서자바주의 핵심 도시 반둥을 잇는 약 140km 구간을 달린다. 출발 10분 만에 시속 350km에 이르는 속도와 쾌적한 승차감 덕분에 사업과 관광 수요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운영사인 인도네시아-중국 고속철도회사(KCIC)는 지난 6월 말 누적 승객이 10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하며 외형적 성공을 알렸다. 운행 체계의 현지화도 점차 자리를 잡아, 지난해 7월부터는 인도네시아인 기관사가 처음 운전을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기관사 34명과 기술자 21명이 운행에 참여하는 등 기술 이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 겉도는 성공, 눈덩이 적자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KCIC는 국영철도회사(KAI)를 중심으로 한 국영기업 연합이 지분 60%를, 중국계 기업이 40%를 가진 합작법인이다. 이 국영기업 연합은 지난해에만 4조 1900억 루피아(약 3561억 원)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그 전해보다 4배 이상 불어났다. 중국 쪽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적자액은 더욱 커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KCIC의 지난해 적자 예상액은 3조 2000억 루피아(약 2720억 원)였지만, 실제 적자 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애초 예상했던 연 매출 2조 루피아(약 1700억 원)를 훨씬 웃도는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 '140km 단선'의 한계…연장 계획도 안갯속
기존 노선의 적자 해소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연장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반둥까지의 1단계 사업부터 비용 문제가 심각했다. 애초 55억 달러(약 7조 6186억 원)로 예상했던 총사업비는 공사가 늦어지면서 70억 달러(약 9조 6964억 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 가운데 75%는 중국개발은행 대출로 메웠다. '재정 부담 없음'이라는 중국 쪽 약속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던 조코 위도도 정부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국영철도에 3조 2000억 루피아(약 2720억 원)의 나랏돈을 투입해야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다난타라)'까지 직접 나섰다. 다난타라의 도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7월 말 "운영 문제를 다시 살피고, 국영기업 연합의 막대한 빚을 해결할 장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고강도 재무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수라바야 연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중국 쪽의 확실한 자금 지원 없이는 인도네시아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