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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트럼프 중재에도 제자리…영토·안보·제재 모두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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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트럼프 중재에도 제자리…영토·안보·제재 모두 난관

알래스카 회담·백악관 정상외교에도 실질 합의 없어
미국 특사 “나토식 집단방위 보장” 제안했지만, 러시아 거부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지도는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지역과 가장 활발한 전선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ISW이미지 확대보기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지도는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지역과 가장 활발한 전선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ISW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중재 노력에도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하는 조건 차이가 여전히 크다며 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전했다.

◇ 영토 문제, 핵심 걸림돌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으며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일부 지역과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지난 6월 낸 각서에서 이들 5개 지역의 합병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최종 합의의 핵심 조건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토 문제는 미국을 포함한 삼자 협상에서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현 전선에 기초한 영토 교환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이는 우크라이나 헌법과 여론상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미국 전 대사 에릭 에델만과 조지 W. 부시 연구소의 데이비드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공동 칼럼에서 푸틴의 군사적 성과 부족에도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국제 규범을 흔들고 다른 침략에도 빌미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안전 보장 놓고도 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중립화를 주장하며, 전후 군대 규모 제한과 외국 군대 주둔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NATO 가입은 절대 불가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NATO 확대 가능성을 침공 명분으로 제시해 왔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는 돼 있으나 의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직접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의 핵심은 NATO와 유럽연합 가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에는 NATO 가입이 불가능하다. 크림반도도 되돌릴 수 없다고 적으며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는 미국과 유럽이 NATO 5조에 준하는 집단 방위 보장을 직접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제3국 군사개입을 철저히 배제한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막스 버그만 국장은 트럼프식 외교는 회전목마와 같다. 움직임은 많았지만, 결과는 제자리였다고 분석했다.

◇ 제재 완화와 전쟁 피해 책임


경제 제재 해제 문제도 큰 쟁점이다. 러시아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억 달러(4159200억 원) 동결 해제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이 부과한 제재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해당 자산의 이자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기로 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은 절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크렘린궁은 지난 6월 각서에서 군사 작전으로 생긴 피해에 대해 상호 간의 배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합의의 핵심에 납치된 아동 수천 명과 억류된 민간인 송환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역시 우크라이나 아동의 송환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외교, 성과보다 이벤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쟁 관련 입장을 19차례나 번복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팀은 협상 경험이 부족해 러시아 신호를 잘못 해석하며 진전이 있다고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제임스 린지 선임연구원은 결국 선택은 두 가지다. 우크라이나의 생존 보장 혹은 러시아의 군사적 성과 인정이라며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