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기업 싼값 매수' 전략, '훌륭한 기업 적정가 매수'보다 수익률 우위
계량 분석 한계 지적도…"안전마진·복리 등 질적 요소는 버핏 철학 유효"
계량 분석 한계 지적도…"안전마진·복리 등 질적 요소는 버핏 철학 유효"

맥쿼리 주식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의 '훌륭함'을 수치로 나타내는 모델과 가치평가 모델을 더한 자체 분석 시스템으로 버핏의 투자 철학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근본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세 가지로 나눴다. 훌륭한 기업을 적정가에 사는 전략, 평범한 기업을 아주 싼값에 사는 전략, 두 가지를 섞은 혼합 전략이다.
이후 지난 30년간 전 세계 10개 시장을 대상으로 달마다 투자 자산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각 그룹의 성과를 과거 자료로 검증한 결과, 버핏의 주장과 정반대 결론에 이르렀다. 평범한 기업을 좋은 값에 사는 전략이 훌륭한 기업을 적정가에 사는 전략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맥쿼리는 "이번 결과는 가치평가 중심의 투자 전략이 효과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며 "만약 결과가 반대였다면, 기회가 더 적은 다른 투자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맥쿼리의 분석을 버핏 철학에 대한 완벽한 검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버핏의 격언은 수학이나 수치로 증명하는 법칙이라기보다 '안전마진'과 '장기 복리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 철학에 가깝다. 버핏은 기업의 꾸준한 수익성, 낮은 부채, 튼튼한 경쟁력, 경영진의 정직함 등을 두루 살핀다. 반면 이번 분석은 브랜드 경쟁력이나 경영진의 역량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는 반영하지 못하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실제로 버핏의 투자 방식은 그의 오랜 동반자였던 고(故) 찰리 멍거의 영향으로 한 단계 발전했다. 멍거는 버핏이 경력 초기에 즐겨 쓰던 '담배꽁초'식 투자를 넘어서도록 이끈 인물이다. 담배꽁초식 투자는 '시가총액이 낮고 사업 구조가 나빠진 회사'에서 약간 남아있는 가치를 찾는 방식을 말한다.
◇ '가치평가'와 '장기 복리'…투자자의 선택
이번 분석을 통해 '평범한 기업을 싼값에 사는 전략'이 통계상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위험 관리와 복리 효과처럼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아우르는 버핏의 방식은 여전히 굳건한 장기 투자법으로 자리를 지킨다. 단기 가치평가 기회와 장기 복리 효과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지는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