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 '애리조나 실리콘' 확보 총력전…인텔마저 TSMC에 위탁
美, 반도체 자립 속 TSMC 의존도 심화 '역설'…수익성 악화는 과제
美, 반도체 자립 속 TSMC 의존도 심화 '역설'…수익성 악화는 과제

애플, 슈퍼마이크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은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능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될 애플 실리콘(AP) 생산이, AI 서버 제조업체인 슈퍼마이크로는 안정적인 칩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오픈AI 역시 자체 AI 가속기 칩 사업을 위해 TSMC의 최첨단 공정을 확보하려 한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애리조나 공장이 최첨단 칩 공급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TSMC는 공식적인 의견 발표를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생산 시계 1년 앞당겨…2나노 넘어 1나노 공정까지
업계에서는 TSMC의 조기 가동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분석한다. 애초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했던 애리조나 1공장(Fab 21)은 2024년 말부터 4나노미터(nm) 공정(N4) 칩 생산을 시작했다. 2028년 가동 예정이던 2공장의 양산 시점은 3나노(N3) 공정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폰 SoC와 AI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 또는 이르면 2026년 말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2나노(N2)와 1.6나노(A16) 공정이 쓰일 3공장 역시 기존 계획보다 1년 빠른 2028년 가동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특히 A16 공정은 TSMC의 차세대 AI 최적화 기술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앞으로 4, 5, 6공장은 1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전담한다.
◇ 美 공급망 핵심 부상…고비용 구조에 수익성은 '경고등'
AI 칩 확보 전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한 여러 AI 기업이 TSMC의 나노미터급 첨단 공정을 노리고 있으며,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브로드컴과 마벨 역시 TSM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만 해협 등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고 미국 안에 안정적인 최첨단 파운드리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 목표와 일치한다. 경쟁사인 인텔마저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도 자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TSMC에 위탁하는 물량을 늘리고 있다.
다만, 미국 안에서 생산을 확대하면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회사 쪽은 미국, 일본 등 국외 공장의 높은 생산 원가 때문에 2025년부터 국외 공장의 매출 총이익률이 해마다 2~3%씩 줄고, 수년 안에는 감소 폭이 3~4%까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수익성 악화 우려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애리조나 공장을 꾸준히 확장하는 동시에 가능한 모든 부문에서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TSMC는 "고객과 공급 협력사와 긴밀히 협력해 (수익성 감소)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를 보지만, 동시에 TSMC라는 한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는 거꾸로 깊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TSMC는 이러한 비용 부담에도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독점 지위를 더욱 굳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