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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REC실리콘 2차 인수 제안…'가격 인상 없다'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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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REC실리콘 2차 인수 제안…'가격 인상 없다' 최후통첩

1차 매수, 낮은 가격에 주주 반발로 무산…한화, 이사회 재편 후 재시도
미국 IRA 대응·태양광 수직계열화 포석…인수 성패가 '세계 1등 도약' 분수령
한화그룹이 '인수가 인상 불가'를 선언하며 REC실리콘 2차 인수에 나섰다. 미국 IRA 대응과 태양광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한 이번 인수의 성패가 한화의 '글로벌 1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 도약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REC실리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사진=REC실리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그룹이 '인수가 인상 불가'를 선언하며 REC실리콘 2차 인수에 나섰다. 미국 IRA 대응과 태양광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한 이번 인수의 성패가 한화의 '글로벌 1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 도약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REC실리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사진=REC실리콘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태양광 소재 기업 REC실리콘 인수를 추진하는 한화그룹이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도 기존 인수가를 고수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고 솔라 서버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1차 공개매수 실패 뒤 이사회를 재편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한화가 2차 매수 시한을 앞두고 '가격 인상 불가' 방침에 쐐기를 박으면서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도 주주 동의 확보에 실패하면 한화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화의 자회사(한화솔루션 산하 투자 기구) 앵커(Anchor)를 통해 REC실리콘 인수를 진행하는 한화는 8월 29일 마감되는 2차 공개매수에서 주당 2.20노르웨이 크로네(약 0.19유로, 한화 약 285원)를 제시한 기존 제안을 유지하며, 기한 연장 또한 없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7월 초 1차 시도가 주주들의 저조한 참여로 찬성률 42%에 그쳐 무산됐고,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1차 실패의 주된 원인은 인수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너무 낮다는 소액 주주들의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REC실리콘 이사회 역시 같은 생각으로 사실상 반대 뜻을 내비쳤다. 이에 한화는 최대 주주의 지위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이사회를 새로 꾸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며 2차 공개매수를 공지, 배수진을 쳤다.

◇ REC실리콘, 실적 개선에도 한화 의존…'수직계열화' 승부수
인수 대상인 REC실리콘의 최근 실적은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 한화의 처지를 뒷받침하는 양면을 보인다. REC실리콘이 발표한 반기 실적을 보면 순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 51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크게 줄었으며,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은 150만 달러 적자에서 49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다. 다만 폴리실리콘 판매량 감소로 매출이 지난해 34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준 것은 한계로 꼽힌다. 실적을 개선했어도 REC실리콘은 최대 주주인 한화의 재정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 점이 한화가 인수 협상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가 이처럼 인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명확한 전략 목표가 있다. 우선, 세계 태양광 전지(셀)·모듈 시장의 선두주자인 한화큐셀과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REC실리콘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확보해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잇는 '태양광 가치사슬 수직계열화'를 완성, 최근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키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REC실리콘의 미국 모지스 레이크 공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인수에 성공하면 한화는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 29일 마감 시한…인수 실패 시 '강제 매수' 카드도 검토

업계에서는 2차 공개매수마저 주주 동의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불발된다면 한화가 꺼낼 다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REC실리콘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한 만큼, 동의율이 저조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발을 빼거나 지분만 유지한 채 영향력 확대를 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일정 지분율 이상을 확보하면 노르웨이 법에 따라 남은 지분을 강제로 사들이는 '소수 주주 축출(스퀴즈 아웃)'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도 나온다. 물론 이때는 법적 분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오는 8월 29일 2차 공개매수 마감일은 한화 태양광 사업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는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한화의 강경한 태도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싶어 하는 주주들의 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화는 REC실리콘과 한화큐셀, 미국 생산라인을 잇는 삼각편대를 완성해 명실상부한 '세계 1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 반면 실패하면 투입 자본 손실은 물론 투자자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재정적 부담을 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