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매수, 낮은 가격에 주주 반발로 무산…한화, 이사회 재편 후 재시도
미국 IRA 대응·태양광 수직계열화 포석…인수 성패가 '세계 1등 도약' 분수령
미국 IRA 대응·태양광 수직계열화 포석…인수 성패가 '세계 1등 도약' 분수령

한화의 자회사(한화솔루션 산하 투자 기구) 앵커(Anchor)를 통해 REC실리콘 인수를 진행하는 한화는 8월 29일 마감되는 2차 공개매수에서 주당 2.20노르웨이 크로네(약 0.19유로, 한화 약 285원)를 제시한 기존 제안을 유지하며, 기한 연장 또한 없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7월 초 1차 시도가 주주들의 저조한 참여로 찬성률 42%에 그쳐 무산됐고,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1차 실패의 주된 원인은 인수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너무 낮다는 소액 주주들의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REC실리콘 이사회 역시 같은 생각으로 사실상 반대 뜻을 내비쳤다. 이에 한화는 최대 주주의 지위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이사회를 새로 꾸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며 2차 공개매수를 공지, 배수진을 쳤다.
◇ REC실리콘, 실적 개선에도 한화 의존…'수직계열화' 승부수
한화가 이처럼 인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명확한 전략 목표가 있다. 우선, 세계 태양광 전지(셀)·모듈 시장의 선두주자인 한화큐셀과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REC실리콘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확보해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잇는 '태양광 가치사슬 수직계열화'를 완성, 최근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키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REC실리콘의 미국 모지스 레이크 공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인수에 성공하면 한화는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 29일 마감 시한…인수 실패 시 '강제 매수' 카드도 검토
업계에서는 2차 공개매수마저 주주 동의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불발된다면 한화가 꺼낼 다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REC실리콘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한 만큼, 동의율이 저조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발을 빼거나 지분만 유지한 채 영향력 확대를 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일정 지분율 이상을 확보하면 노르웨이 법에 따라 남은 지분을 강제로 사들이는 '소수 주주 축출(스퀴즈 아웃)'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도 나온다. 물론 이때는 법적 분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오는 8월 29일 2차 공개매수 마감일은 한화 태양광 사업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는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한화의 강경한 태도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싶어 하는 주주들의 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화는 REC실리콘과 한화큐셀, 미국 생산라인을 잇는 삼각편대를 완성해 명실상부한 '세계 1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 반면 실패하면 투입 자본 손실은 물론 투자자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재정적 부담을 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