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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미국 전기요금 4년 새 30% 급등…트럼프 ‘재생에너지 탓’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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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미국 전기요금 4년 새 30% 급등…트럼프 ‘재생에너지 탓’ 논란

“요금 인상, AI 데이터센터·천연가스·송전망 투자 부담…전문가들 ‘정치 공방 아닌 구조적 원인’ 지적”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오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오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오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25(현지시각) 배런스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미국 전기요금은 약 30% 올랐고, 지난 1년 동안만도 5.5%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두 배나 빨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에도 6%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흐름은 전력 산업 전반에 가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업체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발전소 운영사 비스트라(Vistra), 대형 전력공급사 듀크 에너지(Duke Energy), 천연가스 생산업체 이큐티(EQT) 등 사실상 전력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셈이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이 신규 발전소 투자에 나섰고, 그 비용이 소비자 요금으로 이어지면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재생에너지가 요금 올려…전문가들 근거 없다반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기요금 상승의 원인을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돌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온라인 채널 트루스 소셜풍력과 태양광을 도입한 주에서 전기요금이 치솟았다며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뉴저지의 전기요금이 풍력 발전 탓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청정전력협회에 따르면 뉴저지에는 현재 가동 중인 풍력터빈이 겨우 6기뿐이며 주 전체 전력 생산의 0.03%에 그친다. 오히려 풍력·태양광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텍사스나 아이오와주는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코네티컷주는 요금 수준이 높다.

워싱턴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 타이슨 슬로컴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풍력과 태양광을 비용 문제로 몰아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세력과 민주당이 선호하는 배경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자체라는 지적도 있다.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정책이나, 폐쇄 예정이던 화력발전소를 강제로 계속 돌리게 한 조치가 추가 비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부는 최근 미시간주 CMS 에너지 자회사가 운영하는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수 주일간 연장했고, 회사는 5주간 운영 비용으로 29000만 달러(4000억 원)가 들어갔다며 이 비용을 전기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시간주 검찰총장 다나 네셀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무리한 명령으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요금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이 지원한 조사에서는 이처럼 발전소 폐쇄를 막는 조치가 전국 소비자에게 연간 31~59억 달러(43000~82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안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천연가스·송전 설비 투자도 요금 압박

전기요금 상승은 단순히 정치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공화당이 지난달 통과시킨 세법 개정으로 태양광·풍력 지원이 줄어들면 신규 발전 단가가 오를 수 있다. 또 미국 내 전력의 주된 원천인 천연가스 가격도 수출 물량 확대와 내수 수요 증가로 오르고 있어 전기 생산 단가에 영향을 준다.

송배전망 투자도 요금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비영리 단체 파워라인스 대표 찰스 후아는 배런스에 요금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발전 그 자체보다도 가정과 기업까지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 투자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압기 등 핵심 장비 부족이 이런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용으로 건설되는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도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후아 대표는 앞으로는 기술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듀크대학교 연구원 타일러 노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 가동을 일부 멈추는 것만으로도 전체 요금 인상 압박을 낮출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업계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의 전기요금 급등은 정치적 공방을 넘어, 발전원 구성과 세제 지원 축소, 천연가스 가격, 송전망 투자처럼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정치 메시지가 아니라 이런 구조적 부담이 계속 쌓이면서 전력요금이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