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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헤리티지 재단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해야…中·北 위협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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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헤리티지 재단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해야…中·北 위협 정면돌파"

"한국 자체 핵무장론 차단하고 확장억제 신뢰 높여야"
"임시로 핵 중력폭탄 배치 후 차세대 핵미사일로 전환"
2025년 8월 23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공개한 신형 지대공(반항공) 미사일 시험사격 장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비공개 장소에서 진행됐다. 이번 시험에서는 무인 공격기와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며 신속한 대응 능력과 뛰어난 정확성을 확인했다고 북한은 발표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8월 23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공개한 신형 지대공(반항공) 미사일 시험사격 장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비공개 장소에서 진행됐다. 이번 시험에서는 무인 공격기와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며 신속한 대응 능력과 뛰어난 정확성을 확인했다고 북한은 발표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한 유력 연구소가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동북아의 안보 구도가 빠르게 나빠지고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동맹국의 믿음이 흔들리는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핵확산을 막고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다시 들여와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제한된 수량의 공중투하형 중력폭탄을 보내는 것을 임시방편으로 제안했다. 이는 한국에 있는 미군의 핵 탑재 가능 전투폭격기가 운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력 폭탄 배치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차세대 핵 탑재 순항 미사일, 구체적으로 공중 발사 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과 해상 발사 핵순항 미사일을 쓸 수 있을 때까지의 임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미사일 체계에 대해서는 "중력 폭탄보다 사거리가 길고, 멀리서도 적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으며, 이 지역의 억제력과 안정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체 핵무장론' 부상…커지는 北 위협


이러한 주장에는 한국 안에서 떠오르는 '자체 핵무장'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71%가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했고,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한국을 핵 개발이 우려되는 '민감 국가'로 지정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평가했다. 지난 8월 23일, 북한이 외부 언론에 알리지 않고 신형 대공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등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는 점을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이 가진 핵무기 수가 지난 3~4년 동안 늘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며 한 해에 10~20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을 되짚었다.

또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로 미국과 한국 등을 '완전한 섬멸' 대상으로 위협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북한은 핵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1990년대부터 이어진 비핵화 협상이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 中, 2030년 핵탄두 1000기…'가장 빠른 핵보유국'


특히 보고서는 중국의 위협을 '미국의 주된 전략 도전'으로 규정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핵보유국으로 꼽았으며, 현재 500기가 넘는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기로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 군사력의 가장 심각한 발전은 핵무기고"라며 서쪽 사막 지대에 짓고 있는 수백 개의 새로운 미사일 격납고, 핵 탑재 폭격기, 그리고 여러 무기 체계에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섞어 놓는 이중용도 미사일 등을 위협으로 꼽았다. 나아가 극초음속 운반수단 같은 비대칭 핵전력을 개발하는 점도 우려했다.

보고서는 1991년 소련 붕괴 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술핵을 거둬들인 것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중국의 핵전력이 미미했고 북한의 핵 계획도 걸음마 단계였지만, 무기를 거둔 지 거의 35년이 지난 지금 핵 위협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핵 억제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위주로 짜여 있어, 위력이 낮은 핵 공격에 맞설 힘이 모자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히 무기를 다시 놓는 것을 넘어, 여러 차원의 핵억제·전략운영 체계를 갖춰 한미 동맹과 이 지역의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헤리티지 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선임 연구원이 썼다. 그는 미 국방부 국방위협감소국(DTRA)에서 수석 전략가로 일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