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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젊음의 묘약이라더니"…'먹는 화장품' NAD+,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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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젊음의 묘약이라더니"…'먹는 화장품' NAD+, 약일까 독일까?

한 알에 몇십만 원? 연예인 '회춘 영양제' 뭐길래…
전문가 경고 "효과 보려면 6개월…간·신장 독성 부를 수도"
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화장품 대신 약병을 채우는 시대가 왔다. 노화 방지 크림이 차지했던 자리를 첨단 생명공학 기술로 무장한 알약과 분말이 꿰차고 있다. 기존 미용 관리가 화장품 중심의 외부 관리였다면, 이제는 섭취를 통한 내부 관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과거 콜라겐이나 비타민 C 같은 단순 성분을 넘어 주름 개선, 탈모 방지 등 젊음과 아름다움을 약속하는 차세대 보충제가 쏟아져 나오지만,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새 출시된 수많은 미용 보충제는 생명공학 기반의 고급 분말, 정제는 물론 정맥주사(IV 영양주사)에 이르기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특히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NAD+ 주사 후기를 공유하며 '항노화 열풍'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대상이 아닌 만큼,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차세대 미용 보충제의 실체를 살폈다.

전문가들은 보충제 섭취 전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한목소리로 권고한다. 피부과 전문의 카린 그로스먼 박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영양 결핍 상태"라며 전반적인 건강 상태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탈모로 이어지는 호르몬과 스트레스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환자들에게 주로 쏘팔메토, 비오틴, 아미노산 등을 조합한 뉴트라폴과 비비스칼 제품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사카라 공동 창립자 다니엘 뒤부아는 "다른 제품을 추가하기 전에 한 가지 보충제만으로 시작해 그 효과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충제는 FDA의 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MIT 교수이자 엘리시움 헬스 공동 창립자인 레너드 과렌테는 "소비자가 직접 제3자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는지, 긍정적인 후기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MIT 연구진이 설립한 브랜드 엘리시움의 '코팩터', 진주 분말과 포도씨 추출물을 결합한 심바이오티카의 '헬시 글로우', 장 건강을 통해 피부 개선을 노리는 프로바이오틱 제품 사카라의 '뷰티 바이옴' 등을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꼽는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 도리스 데이 박사는 "보충제는 말 그대로 보조 수단일 뿐 건강한 생활 습관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열풍의 중심 'NAD+', 효능 두고 갑론을박

이번 보충제 유행의 핵심에는 NAD+(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세포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이 분자는 나이가 들면서 체내 수치가 줄어 세포 재생 능력이 떨어진다.

NAD+ 보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맥주사로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빠른 효과를 내세우지만 가격이 비싸고 심장 두근거림, 부정맥은 물론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둘째는 NMN(니코틴아미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같은 NAD+ 전구체가 든 캡슐이나 분말을 섭취해 체내에서 자연 합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피부암 예방 가능성까지 내비치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는 쌓이는 단계다.

전문가들은 입으로 섭취하는 보충제가 정맥주사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평가한다. 피부과 전문의 사라냐 와일스 박사는 "먹는 NAD+ 전구체 보충이 고위험 환자의 피부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피부의 노화 방지 변화가 항상 눈에 띄게 극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6개월은 먹어야 효과"…장기 복용·비용 부담은 과제

이들 보충제는 권장 용량 안에서 대체로 안전하지만, 과용은 금물이다. 안면 성형외과 의사 아닐 샤 박사는 "의사나 제품 포장이 권장하는 양을 절대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피부 광채를 돕는다는 비타민 주사에 포함된 글루타치온 성분은 다량 투여하면 간과 신장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의약품에 널리 쓰이는 아스타잔틴 역시 과다 섭취하면 피부가 주황색으로 변하거나 배탈, 호르몬 부작용, 저혈압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샤 박사는 지적했다.

보충제의 효과를 보려면 최소 6개월은 꾸준히 먹어야 한다. 효과를 본 뒤 섭취를 중단하면 그 효과도 사라진다. 탈모 개선에 쓰이는 쏘팔메토 성분이 대표적인 예다.

차세대 보충제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마케팅과 유명인의 영향력에 기댄 '고급 건강 관리 유행'의 성격이 짙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피부과 전문의 핼리 맥도널드 박사는 "보충제 섭취는 장기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단기간만 먹을 생각이라면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