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생산력 바탕으로 세계 최대 해군 부상…美 "조선 능력 200배 차이"
'민군융합' 전략으로 군사력 가속…남중국해 넘어 태평양으로 영향력 확대
'민군융합' 전략으로 군사력 가속…남중국해 넘어 태평양으로 영향력 확대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은 바다에서 시작했다.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 가운데 7개를 보유한 중국은 해상 무역 덕분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군사 분야의 야망으로 이어졌고, 남중국해를 넘어 세계의 바다를 향한 목소리도 커졌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해상 패권을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조만간 열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중국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서방에 맞서는 군사 연대를 과시할 예정이다. 대함 미사일부터 극초음속 무기, 무인 수중 드론까지 최신 무기가 총동원될 이 행사를 미국과 동맹국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닉 차일즈 해양 전문가는 "미 해군은 여전히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현실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조선 능력이 심각하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차일즈는 이를 '매우 힘든 과제'라고 평가했다.
◇ '백년 국치' 씻어낼 해군력, 양적 팽창 가속
중국의 군함 건조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4대 핵심 조선소(다롄, 광저우, 장난, 후둥중화)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총배수량 55만 톤에 이르는 군함 39척을 생산했다. 이는 영국 해군 전체의 총배수량(약 39만9000톤)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물론 아직 미 해군이 전체 톤수나 항공모함(현재 2척)과 잠수함 보유 수 등 질적인 면에서 앞선다. 그러나 CSIS의 알렉산더 팔머 연구원은 "중국이 속도를 늦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군함 생산 능력은 그 자체로 대단히 인상 깊고 전략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약점 보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BC 베리파이가 확보한 하이난성 위린 해군기지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 5년 동안 5개의 새 부두를 건설하는 등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이곳은 핵미사일 12기를 탑재할 수 있는 최신 진급(094형) 핵잠수함의 모항으로 삼을 전망이다. 또한 이번 퍼레이드에서는 무인 수중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체계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군사력 증강의 배경에는 '쓰라린 기억'이 있다. 시 주석은 1840년부터 1949년까지 470차례의 외세 침략으로 겪었던 '백년의 굴욕'을 언급하며, 다시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해군이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 '민군융합' 전략, 해군 팽창의 핵심 동력
중국 해군력 팽창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는 '민군융합(軍民融合)' 전략이다. 상선과 군함을 같은 조선소에서 건조하며 기술과 인력을 공유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대표 조선소'로 꼽는 다롄에서는 축구장 세 개 크기의 거대한 상선 바로 옆에서 최신 군함이 건조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한 물량 공세를 넘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차세대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첨단 선박 건조에 집중하는 한편, 정부는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친환경·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산업 고도화를 국가 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CSIS의 매튜 푸나이올 연구원은 "이는 상업과 군사 부문을 통합하려는 고도의 정치 계산"이라며 "장기전이 벌어진다면 신속하게 군함을 생산하고 상선을 동원해 보급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전략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누가 더 많은 자산을 더 빨리 바다에 투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단연 중국"이라고 답했다.
베이징대학교 해양전략연구센터의 후보 교수는 "중국은 다른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사가 없다"며 서방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중국 군함의 활동 반경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호주 해안을 일주하며 실사격 훈련을 하고, 일본 근해에서 항공모함 훈련을 벌이는 등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기조를 버리고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모습에 대만부터 호주까지 주변국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 조선 산업의 독주에 대응하고자 제재를 검토하고 자국 조선업 활성화에 나서는 등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후보 교수는 "미중 양측 모두 파국적인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가 분명하다"고 주장하지만, 평화 통일을 내세우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대만 문제는 지역 안보의 최대 뇌관으로 남아있다.
다롄의 군사 테마파크에서 만난 시민들은 자국 조선업의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진짜 질문은 이제 "중국 함대가 얼마나 멀리 나아갈 것인가"이다. IISS의 닉 차일즈 전문가는 "중국이 인도양 너머까지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그들은 인도양 너머 더 먼 해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야심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