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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석유 메이저들, 유가 하락에 자사주 매입 축소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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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석유 메이저들, 유가 하락에 자사주 매입 축소 채비

지난 2023년 2월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남동부에 있는 셸 주유소에 로고가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2월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남동부에 있는 셸 주유소에 로고가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 주요 석유기업들이 유가 하락에 대비해 수십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줄일 준비에 들어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자사주 매입을 축소해 재무구조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으로 미국의 경쟁사들과는 다른 선택이어서 주목된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셸, BP, 토탈에너지, 에니, 에퀴노르 등 유럽 석유 메이저들은 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환원을 10~25%가량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축은 대부분 자사주 매입 축소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21년 이후 현금흐름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왔고 그 결과 유통 주식 수는 약 20% 감소했다. UBS에 따르면 이 전략은 주가 방어에 효과적이었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약 20%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원유 공급 증가로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

리디아 레인포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평균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부채를 늘려 주주환원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조시 스톤 UBS 애널리스트도 유럽 석유기업들의 주주환원이 평균 2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가가 저평가되고 재무상태가 탄탄했을 때는 자사주 매입을 우선할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토탈에너지는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약 8만7600~10만2200원) 수준일 경우 올해 분기별 자사주 매입을 5억~12억5000만 달러(약 7300억 원~1조8250억 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71달러(약 10만366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 에퀴노르는 연간 자사주 매입 규모를 2025년 50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에서 2026년 20억 달러(약 2조9200억 원)로 줄일 것으로 HSBC는 전망했다. 셸도 현금흐름의 4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되, 분기 자사주 매입을 35억 달러(약 5조1100억 원)에서 30억 달러(약 4조3800억 원)로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석유 메이저들과 대비된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최근 4년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주주환원을 줄이겠다는 신호는 보내지 않았다. 두 회사는 모두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침체 국면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기업들은 지난해 자산 매각과 재무 완충 여력에 의존해 주주환원을 유지해 왔지만 이런 방식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리스토퍼 쿠플런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에니처럼 지난해 80억 달러(약 11조6800억 원)의 자산을 매각한 기업이 같은 방식을 반복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펀더멘털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신중한 거래 전망이 이어지면서 4분기 이익 전망치는 약 12% 하향 조정됐다. 업계는 비용 절감과 생산 확대에 집중해 온 지난해를 지나 2026년에는 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