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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 호주 방산 심장부 정조준…오스탈 지분 놓고 '안보-경제' 동맹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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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 호주 방산 심장부 정조준…오스탈 지분 놓고 '안보-경제' 동맹 시험대

오스탈, 사상 최대 실적에 주가 급등…FIRB 심사에 시장과 업계 주목
호주 정부, '포이즌 필' 도입…자본 유치와 국방 주권 사이 '줄타기'
오스탈 조선소의 전경.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한화그룹이 지분 확대를 추진하며 호주 내 '방산 주권' 논쟁이 뜨겁다. 자본 유입과 주권 보호 사이에서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최종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글로벌 데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스탈 조선소의 전경.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한화그룹이 지분 확대를 추진하며 호주 내 '방산 주권' 논쟁이 뜨겁다. 자본 유입과 주권 보호 사이에서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최종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글로벌 데이터
한화가 호주 핵심 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지분 확대를 추진하면서 호주 내에서 국가 안보와 경제적 실리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투자를 넘어, 오커스(AUKUS) 동맹의 핵심축인 호주와 방산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시험하는 중대 기로로 평가받고 있다고 스톡스다운언더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스탈은 2025 회계연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503% 증가한 데 이어 주가가 약 20% 상승, 8.07호주달러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략 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했다. 이번 거래의 성사 여부는 오스탈뿐 아니라 호주 증시에 상장된 방산주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스탈의 기업가치 상승에는 미국 해군과의 계약이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한 것이 주효했다. 알루미늄 전투함(LCS)과 원정고속수송함(EPF) 프로그램에서 꾸준한 매출을 올린 데다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까지 확대되며, FY25 순이익이 전년 대비 503% 증가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투자자 매수가 몰렸고, 거래량도 급증했다. 한때 '수주 의존형 기업'으로 평가받던 오스탈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전략적 조선사로 평가받고 있다.

◇ '자본'이냐 '안보'냐…호주 뒤흔드는 주권 논쟁


한화그룹은 현재 보유한 오스탈 지분 9.9%를 19.9%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화는 호주의 대형 민간 투자사 타타랑(Tattarang·앤드루 포러스트 회장 보유)과 함께 주요 주주로 자리하게 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이미 이 거래를 승인했으며, 이는 한화의 참여가 동맹 국방 이익과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판단에 달려 있다.

호주 내부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한화의 자본력과 방산 전자·미사일 분야 기술력이 결합되면 오스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오스탈 창립자인 존 로스웰(John Rothwell)을 비롯한 일부 업계 인사들은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지배구조, 국가 안보, 지식재산권(IP) 관리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특정 주주의 지분이 20%를 초과하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이른바 '포이즌 필(poison pill)' 조항을 도입했다. 이 조치는 외국 기업의 경영권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 FIRB 결정에 쏠린 눈…호주 방산주 향방은


오스탈은 200억 호주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주 해군력 강화와 오커스(AUKUS) 동맹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는 이미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으로 호주와 협력 관계를 쌓아온 만큼, 이번 투자가 해양 방산 분야까지 협력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예상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FIRB가 지분 확대를 승인하는 경우다. 이 경우 한화의 기술과 자본이 오스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주권 보호를 명분으로 지분 확대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성장 속도는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조건부 승인으로, 이사회 의석 제한이나 기술 이전 관리, 호주 내 고용 유지 조건 등을 부과하는 절충안이 거론된다.

오스탈은 기록적인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지만, 지배구조와 소유권 문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FIRB의 최종 판단은 단순히 한 기업의 투자 여부를 넘어 호주가 외국 자본과 동맹 협력, 그리고 방산 주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