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보호주의로 디지털·AI 서비스 분야에 공간 창출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가치사슬 상위 이동 새로운 기회 포착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가치사슬 상위 이동 새로운 기회 포착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시행된 관세를 포함해 지금까지 도입된 2025년 관세는 미국 평균 관세율을 15.9%포인트 인상한 것과 같다. 새로운 관세는 철강·알루미늄·구리·차량에 대한 특정 관세와 함께 서비스가 아닌 상품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특정 제조업 부문을 선택적으로 선호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암홀딩스(Arm Holdings)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칩 설계 계약을 체결하며 반도체 산업에서 백엔드에서 프런트엔드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태국은 'Thailand 4.0' 이니셔티브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와 동부 경제 회랑 프로젝트로 혁신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와 저널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구리를 포함한 기본 금속 가공업은 제조업 부문 중 중간 수준 이하의 파급효과만을 보이는 반면, 컴퓨터·전자제품이나 전기·광학 장비는 가장 높은 파급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역동성은 신흥 경제국들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워싱턴이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업은 계속 지원하지만 전기차 지원은 축소하는 가운데, 관세는 자본과 기술을 디지털 및 기타 첨단 부문에서 멀어지게 해 아시아 수출업체들에 상대적 우위를 제공한다.
실제로 변화의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AI 엔지니어 급여 급증으로 미국에서 이런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AI 및 분석 운영을 인도의 글로벌 역량 센터로 이전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인재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조업 부문이 기술이나 서비스 산업보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력에 더 의존하면서 자본이 기술 집약적 부문에서 멀어지면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정체될 수 있다.
긴축된 이민 환경과 결합하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의 두뇌 유출을 늦춰 신흥 경제국이 산업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인적 자본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오노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산업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교육, 인프라, 제도적 역량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