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100억 달러 규모 주문 확보…맞춤형 AI 칩 성장세 가속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미국 반도체 대기업 브로드컴과 협력해 내년에 처음으로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오픈AI가 자체 AI 칩 생산을 통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연산 수요를 충족하고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관측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칩은 브로드컴과 공동 설계됐고, 이르면 내년 중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과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새로운 고객으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픈AI의 이번 움직임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워크로드 전용 칩을 직접 설계해 사용하는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업계에 따르면 AI 모델 학습과 실행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오픈AI가 이번 칩을 외부 고객에 판매하기보다 내부 인프라 운영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픈AI와 브로드컴은 지난해부터 협업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대규모 양산 시점은 불확실했다. 그렇지만 이번 발표로 본격적인 칩 생산이 가시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브로드컴은 이날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맞춤형 AI 칩 사업에서 네 번째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고객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오픈AI가 해당 고객이라고 확인했다.
브로드컴의 탄 CEO는 “이번 계약으로 즉각적이고 상당한 수요가 발생했다”면서 “내년부터 칩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번 계약으로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인 ‘XPU’가 기존 엔비디아와 AMD의 범용 GPU를 대체하며 AI 인프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30% 넘게 상승했고, 실적 발표 후 이날 뉴욕시장 초반 10% 넘게 폭등했다.
브로드컴은 이미 구글과 협력해 맞춤형 AI 칩 ‘TPU’를 개발한 바 있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 사업 성장률이 2026년에는 엔비디아 GPU 사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달 GPT-5 수요에 대비해 5개월 내 컴퓨팅 자원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의 주요 고객이지만, 자체 칩 도입으로 의존도를 낮추고 연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