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금 기반 'PGI 토큰'으로 거래...담보 활용·소액 투자 길 열어
전통 투자자들 "실물 자산 매력 훼손" 회의론...성공 여부 주목
전통 투자자들 "실물 자산 매력 훼손" 회의론...성공 여부 주목

WGC의 마이크 오스윈 글로벌 시장 구조 및 혁신 책임자는 "거래 가능한 PGI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금고에 보관된 금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있는 소유권을 부여하고, 사상 최초로 400온스 금괴의 일부를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 실물 기반 디지털 증서…'제3의 기둥' PGI란?
WGC가 이번에 제안한 PGI는 기존 금 거래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3의 기둥(Third Pillar)'으로 꼽힌다. 기반 자산은 런던 금고에 보관된 실물 400온스 금괴이며, 형식은 금의 일부 단위를 쪼개어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디지털 권리 증서다. 투자자는 PGI 토큰으로 실제 금괴에 대한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부분 소유권을 공식 확보한다.
현재 금 거래는 특정 금괴를 직접 소유하지만 보관·운송 효율이 낮은 '할당 금(Allocated Gold)'과, 특정 금괴 없이 수량에 대한 권리만 보유해 보관 기관의 신용 위험에 놓이는 '비할당 금(Unallocated Gold)'으로 나뉜다. PGI는 이 두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나왔다.
◇ 금융 담보 활용…투자 문턱 낮추는 게 핵심
PGI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담보 자산화와 투자 접근성 확대다.
오스윈 책임자는 "이번 계획의 1단계 핵심 목표는 금이 금융 담보로 제공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운송·관리 문제 때문에 금을 담보로 활용하기 어려웠으나, PGI는 이를 손쉽게 디지털로 처리해 채권이나 현금처럼 대출과 파생상품 거래 담보로 쓸 수 있게 한다.
또한 전체 400온스 금괴 대신 부분 단위를 소유할 수 있어 소액 투자자도 시장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WGC는 앞으로 PGI 유통이 활성화하면 금 선물 계약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멀리 보아 미국 등 다른 금융시장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러나 금의 디지털화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통을 중시하는 '골드 버그(금 강세론자)'들은 PGI 도입을 부정적으로 본다.
AJ 벨의 러스 몰드 투자 이사는 "진짜 금 강세론자들은 신경 쓰지 않거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경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의 가치가 실물로서 희소성과 단순성에 있다고 보지만, 디지털화는 금융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키운다고 우려한다. 금은 '안전 자산'인데, 디지털화를 통한 금융 파생상품화는 그 본래의 성격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종합하면 PGI는 금 투자와 금융 활용 영역을 동시에 바꿀 획기적인 실험이지만, 금 전통주의자들과 인식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PGI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서울, 홍콩 같은 아시아 금융 중심으로 디지털 금 거래가 퍼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