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500명' 숫자 신화 폐기…북한·중국 동시 위협이 새 기준
F-35·극초음속 미사일 전진 배치…동북아 '전략 허브'로 격상
F-35·극초음속 미사일 전진 배치…동북아 '전략 허브'로 격상

주한미군(USFK)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2만8500명'이라는 낡은 숫자에 발목 잡힌 채, 전략 분석 대신 정치 공방으로 흐를 조짐이다. 최근 미 유력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병력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이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고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상원이 2026년 국방수권법(NDAA) 초안으로 현 병력 규모 유지를 시도하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이중 억제(Dual Deterrenc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병력 감축 논쟁을 넘어, 급진적인 감축 없이 질적 전환으로 억제력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2만 8500명이라는 숫자는 명확한 전략 설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여러 정치적, 점진적 결정이 누적되며 수차례의 일방적인 감축과 재배치를 거쳐 남겨진 결과물에 가깝다. 어떤 군사 전문가도 백지상태에서 분석한다면 현재와 같은 병력 구조가 나올 것이라고 단언하지 못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 '이중 억제'…주한미군 임무 다시 세워야
이러한 '이중 억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편될 주한미군은 △전역(戰域) 수준의 핵무기 탑재 가능 시스템을 포함한 핵 억제력 △북한 전역,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 러시아 극동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신속한 비핵 능력 △미사일과 유·무인 항공기를 막는 능동·수동 방어체계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 지원 등 미군 인력 보호를 위한 충분한 지상군 △독자적인 정보 수집, 분석, 표적 설정 능력 △고강도 전투를 뒷받침할 의료, 군수, 정비 지원 능력 △중국이 대만 침공 등 군사행동을 할 때 한국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 한국의 참전을 각오해야 하는 전략 딜레마를 안기는 능력과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채우려면, 주한미군을 현대화된 공군력, 첨단 지상 기반 미사일, 그리고 방호태세가 완비된 탄력적 운용 기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 공군력·미사일·기지…3대 축 중심의 전력 재편
첫째, 최첨단 공군력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현재 주한미군 전투력의 핵심인 미 7공군은 주일미군 5공군이 F-35 스텔스 전투기로 전환하는 동안 구형 F-16을 넘겨받는 등 질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방공망 위협이 고도화되는 현실을 고려해 F-35의 신속한 영구 배치가 필수다. 특히 F-35 비행대대 중 최소 1개 대대는 핵무장 임무에 대비한 '이중 임무 수행(dual-capable)' 부대로 편성해 전시에 핵과 비핵 임무를 모두 수행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유인기와 연동하는 무인 전투기, 즉 협력 전투기(CCA)를 전진 배치하면 병력 감축과 전투력 증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둘째, 더 강력하고 사거리가 긴 지상 기반 미사일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주한미군 지상군의 핵심 화력인 제210 야전포병여단의 다연장로켓시스템(M270)은 기존 300km 사거리의 에이태큼스(ATACMS)를 넘어 400km 이상 사거리의 정밀타격미사일(PrSM)로 바꿔야 한다. 나아가 미 육군 다영역 임무부대(MDTF)와 미 해병대 연안연대를 한국에 순환 또는 영구 배치해 타이폰 중거리 미사일과 2700km 이상의 사거리로 베이징까지 타격 가능한 '다크 이글' 극초음속 무기를 운용해야 한다. 이는 북한은 물론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 중국의 항구까지 직접 위협하며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앞으로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결합한 형태의 연합 MDTF 창설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미군 기지의 방호력과 전략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캠프 험프리스와 같은 대형 기지들은 단순 주둔지가 아니라 통신, 의무, 정보를 포함한 역내 전략의 핵심 '플랫폼' 노릇을 한다. 이 기지들이 중국에게 '공격하자니 한국의 참전을 각오해야 하고, 내버려두자니 미군의 핵심 지원 기지가 되는' 딜레마를 안겨주는 사실상의 성역(Sanctuary)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도화되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드론 위협에 맞서 기지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분산 운영(dispersed operations) 훈련을 확대해 생존성을 높여야 한다.
주한미군의 변혁을 논의할 드문 기회의 창이 열렸다.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으로 섣부른 감축에 제동을 걸고 있으며, 국방부와 합참 등 군 수뇌부 역시 감축할 때 동맹과의 긴밀한 협의와 위험 평가를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2만 8500명이라는 상징적 숫자에 얽매일 때가 아니다. 현장 지휘관들이 강조하듯, 핵심은 병력 규모가 아닌 '질적 전력과 임무 유연성'이다. 효율성, 이중 억제력, 전략 유연성을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주한미군을 북한은 물론 중국 위협까지 아우르는 '복합 전략 허브'로 재편해야 한다. 더 강력하고 민첩해진 주한미군과 현대화된 한미동맹의 모습은 미국의 적들에게 뼈아픈 결과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