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헌정사상 첫 민주주의 파괴 유죄 전직 대통령 기록

브라질 대법원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통령선거 패배 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에 대해 다수 의견으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로써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 파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날 판결은 5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담 소부에서 내려졌다. 현재까지 3명이 유죄, 1명이 무죄, 나머지 1명의 표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
대법관 카르멘 루시아는 “이번 사건은 브라질이 과거·현재·미래와 마주하는 것”이라며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와 제도를 침식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보우소나루가 무장범죄단체 가담, 민주주의 폭력적 폐지 시도, 쿠데타 조직, 정부 재산 및 문화재 훼손 등 5개 혐의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반면 루이스 푹스 대법관은 전면 무죄 의견을 내 향후 항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재판을 “마녀사냥”이라 규정하며 반발했다. 그는 브라질에 대한 관세 인상, 주심 판사 알렉상드리 드 모라이스 제재, 브라질 대법관 다수의 비자 취소 조치를 단행했다. 이 같은 미국의 대응은 보우소나루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출신으로 극우 성향을 고수해온 보우소나루는 2018년 대선에서 당선돼 브라질 정치를 보수 진영 중심으로 재편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대응 실패와 아마존 삼림 벌채 확대 등으로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권력 유지를 시도했다. 현재 그는 다른 사건으로 가택연금 상태이며 최대 40년형을 받을 수 있다. 브라질 선거법원은 이미 2030년까지 그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