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능 경쟁 대신 전력 효율 주력…싱글코어 성능은 '최강' 유지
삼성, 10코어·2나노 GAA 공정 앞세워 격차 벌려…퀄컴도 A19 프로 압도
삼성, 10코어·2나노 GAA 공정 앞세워 격차 벌려…퀄컴도 A19 프로 압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애플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이 최신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한 'A19 프로' 칩이 멀티코어 성능 테스트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에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다. 애플이 압도적인 성능 경쟁 대신 전력 효율성과 발열 제어를 중시하는 전략을 택한 사이, 경쟁사들이 기술 혁신으로 격차를 벌리면서 모바일 AP 시장의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략 바꾼 애플, 효율 택하고 성능 일부 양보
지난 11일(현지시각) 공개된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아이폰 에어와 아이폰 17 프로 시리즈에 들어간 A19 프로는 긱벤치 6(Geekbench 6) 테스트에서 싱글코어 점수 약 3,895점, 멀티코어 점수 약 9,746점을 기록했다.
A19 프로는 TSMC의 최신 3나노(3세대) 공정(N3P)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6코어(고성능 코어 2개 + 효율 코어 4개) CPU 구조를 갖췄다. 전작인 A18 프로보다 성능이 13% 향상됐고, 특히 단일 코어의 성능을 측정하는 싱글코어 테스트에서는 여전히 경쟁 칩을 압도하며 업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애플의 이런 설계는 성능 극대화보다 전력 효율과 발열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6코어 구성이 배터리 수명과 발열 억제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삼성·퀄컴, 2나노 공정·코어 수로 '맹추격'
가장 눈에 띄는 경쟁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이다.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생산하는 이 칩은 멀티코어 테스트에서 약 11,246점을 기록, A19 프로보다 15.5% 높은 성능을 보였다. 엑시노스 2600은 10개의 CPU 코어를 탑재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다만 싱글코어 성능은 A19 프로에 15%가량 뒤처졌다.
엑시노스 2600에 적용한 GAA 기술은 전류 누설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칩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다. 삼성은 3나노 공정부터 이 기술을 적용했으며, 2나노에서 기술 성숙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반면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삼성이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간 셈이다. 엑시노스 2600은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갤럭시 S26 시리즈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 역시 강력한 성능을 과시했다. 8코어로 구성된 이 칩은 갤럭시 S26 엣지 모델에서 테스트한 결과, 기본 클럭보다 낮은 4.0GHz로 작동 속도를 낮춘 상태에서도 멀티코어 점수 11,515점을 기록하며 A19 프로를 18.2%라는 큰 격차로 따돌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벤치마크 결과가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단일코어 성능과 전력 효율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대부분 사용자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칩의 최대 성능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영체제(OS) 최적화나 브랜드 충성도 같은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점도 변수다.
그러나 AP 시장의 기술 경쟁이 애플의 일방적인 독주 시대가 끝나고 삼성과 퀄컴이 대등하게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