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자민당 총재)가 지난 참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명해 차기 자민당 총재와 내각 총리 선거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이시바’는 자민당 내 당원표가 그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우표의 합계를 기반으로 하는 풀스펙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국회의원 표심보다 ‘당심’이 승패 향방을 가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15일 전국서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민당원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인지도와 호감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원들에게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64)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여론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상에 쏠리고 있다. 모기 도시미쓰 전 사무총장(69)과 고바야시 타카유키 전 경제안보상(50)이 공식 출마를 선언했지만 두 유력 주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다.
우선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이미 지난해 치러진 총재 선거에서 높은 지명도를 확인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는 당시 당원표 중 최다인 109표를 얻으며 자민당 내 지지율이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재로 당선된 이시바 전 총리의 득표수는 108표였고, 유력 경쟁자인 고이즈미 농림상은 61표로 3위를 기록했다.
다만 당내 기반은 견고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보수적 입장으로 인해 의원들 사이에서 찬반 여론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지난해 총재 선거 패배 이후 지방을 다니며 당원들과 적극 스킨십하는 행보를 보이는 한편, 지난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는 당의 요청에 따라 활발한 선거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일부 측근 의원은 언론에 “불려간 곳은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모두 다녔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반면 고이즈미 농림상은 현직 각료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들의 호응도가 높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일본 내에서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쌀 가격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으로 인지도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쌀 증산 정책 전환으로 유력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농가의 불만을 샀고 해고 규제 재검토 등 개혁 노선이 주춤하면서 안정감에서는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야심차게 선보인 쌀 증산 정책이 역효과를 일으키며 최근 가격 급등이 일어나면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있다.
지지통신은 “자민당 내에서는 선거전 초반 실언이나 내거티브 등이 발생하게 될 경우 당원들의 표심은 금새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정세가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뜨거운 선거 각축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