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통계 보니…금리 인하 초기 S&P 500 평균 1.3% 하락
경기 침체 없는 '선제 인하'는 호재…AI 업종 주도 장기 상승 전망
경기 침체 없는 '선제 인하'는 호재…AI 업종 주도 장기 상승 전망

에버코어 ISI(Evercore ISI)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상승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이매뉴얼 전략가는 1970년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주기가 시작된 뒤 주식시장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인하 초기에는 시장이 단기 조정 국면을 맞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고객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 주식은 단기로 어느 쪽이든 변동성이 심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본다. 하지만 에버코어 ISI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금리 인하가 시작된 뒤 첫 30일 동안 S&P 500 지수는 평균 1.3% 내렸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평균 1.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단기 변동성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금리 인하의 두 얼굴: '선제'와 '방어'
이매뉴얼 전략가는 금리 인하의 성격을 두 가지로 뚜렷이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연준이 '할 수 있어서 하는(Because they can)' 선제 인하와, '해야만 해서 하는(because they have to)' 방어 인하가 그것이다. 그는 "두 그림의 차이가 시장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앞으로 투자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선제 인하'는 경기 침체 같은 심각한 위기 없이, 경제가 안정된 상황에서 연준이 먼저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때를 말한다. 연준이 경제가 튼튼할 때 금리를 낮춰 경기 확장을 돕는 이런 상황에서는 12개월 주가 수익률이 대체로 견조하게 나타나며 주식시장에 좋은 소식으로 작용했다. 이매뉴얼은 이번 주에 이뤄질 금리 인하가 바로 이 '선제 인하' 범주에 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방어 인하'는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 등 심각한 경제 도전에 부딪혀 연준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을 뜻한다. 이럴 때에는 금리를 인하해도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으며, 그 뒤 12개월간 주식 성과는 "부진한(anemic)"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악화와 맞물려 금리 인하가 주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이다.
단기 변동성에도…장기 전망은 '긍정'
이러한 분석 틀을 바탕으로 이매뉴얼은 장기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태도를 지켰다. 그는 S&P 500 지수가 현재의 단기 변동성을 이겨내고 2026년 말에는 7,750포인트에 이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다시 확인했다. 이는 지난 12일 종가보다 17% 넘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앞으로 시장을 이끌 힘으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정보 기술(IT), 임의소비재 같은 AI 관련 업종이 시장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분야가 금리 인하 국면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아 시장 오름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이미 정해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역사 데이터는 인하 직후 단기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고한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라는 사실 자체보다 연준이 참고하는 노동시장 흐름, 물가 지표, 국제 경제 상황 등을 두루 살피며 정책 전환의 배경을 꼼꼼히 분석하고 긴 관점에서 대응해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