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명 투입 4분기 선박건조 시작, 그간 총 11억4000만 달러 투자로 중국 견제
미국-필리핀 탄약공장도 승인으로 남중국해 전략거점 부활
미국-필리핀 탄약공장도 승인으로 남중국해 전략거점 부활

4분기 선박 만들기 시작…연간 처리능력 두 배로 늘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분기부터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선박 만들기 작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지난 8일 수빅조선소를 운영하는 미국 사모펀드 세르버러스 캐피털이 알렸다. 이는 당초 계획인 2026년 1월보다 앞당긴 것이다.
세르버러스는 "HD현대중공업은 4분기부터 조선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산업 및 해운 중심지로 바꾸는데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만들 선박은 홍콩 시도상선과 일본 니센카이운이 주문한 중대형급(LR2) 유조선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3일 조선소 준공식에서 "현대중공업의 투자로 수빅 조선소의 처리능력이 기존 연간 130만 톤에서 250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대형 유조선 만들기 능력도 4~5척에서 최대 8척까지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필리핀(HHIP)에는 현재 1000여 명이 정상가동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그곳 사람들로, 정상가동을 위한 시설·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HHIP는 중대형급 유조선 7척을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11억4000만 달러 투자로 조선소 되살리나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2006년 만든 뒤 전성기 약 2만 명이 일하며 세계 4위 규모 조선소로 손꼽혔다. 그러나 2016년 조선업 업황 둔화로 경영 어려움이 커졌고, 2019년 필리핀과 한국에서 빌린 은행 대출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를 갚지 못하며 영업을 멈췄다.
이후 세르버러스가 조선소를 50년 임대 약속으로 3억 달러(약 4170억 원)에 사들였다. 세르버러스는 조선소 다시 가동을 위해 4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투자했고, HD현대는 해상풍력 플랫폼 개발에 중점을 두고 10년간 5억5000만 달러(약 7690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세르버러스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2억5000만 달러(약 3490억 원)를 더 투자해 수빅조선소의 자리를 더욱 튼튼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빅항을 중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르버러스(5억9000만 달러)와 HD현대조선소(5억5000만 달러)은 총 11억4000만 달러 (약 1조5910억 원)를 투입한다.
미·필리핀 세계 최대 탄약공장 허가…군사 거점으로 다시 떠올라
수빅만의 전략 가치는 조선업뿐 아니라 군수 부문에서도 부각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 관리들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탄약 만들기 중심지 만들기를 허가했다. 이 사업은 필리핀의 자립과 미국의 지역 준비 태세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약공장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양국의 국방 수요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 시설이 현대적이고 자급자족하는 군대를 위한 마닐라의 추진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2025년 국방비로 2561억 페소(약 6조27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으로, 이는 2024년 예산보다 6.4% 늘어난 금액이다. 이 중 500억 페소(약 1조2200억 원)가 군사 현대화 계획에 쓰일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이 파산한 뒤 수빅조선소를 누가 사들일지 여러 나라가 경쟁했는데, 중국 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해양 분석가 브렌트 새들러는 "중국은 구 한진 조선소를 사들이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며 이 중요한 항구를 차지하려 했다"며 "하지만 2022년 미국 사모펀드인 세르버러스가 조선소를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되면서 중국이 이곳을 손에 넣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빅만은 1992년 미군이 떠난 후 자유항구로 바뀌었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사업에는 조선뿐 아니라 미 해병대 물류 중심지도 들어가는 등 군사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업계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빅만이 미국과 동맹국의 전략적 거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