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96%·텐센트 55%·바이두 59% 폭등…중국 반도체 굴기 가속화

홍콩 상장 주요 기술기업 30개로 구성한 항셍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41% 올라 나스닥의 17% 상승률을 두 배 이상 넘었다. 중국 최대 기술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미국 경쟁사들이 누려온 투자자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수년간 규제 단속과 경기 침체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유명 기업들을 외면했던 이 부문이 승리의 복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 딥시크(DeepSeek)의 AI 성공을 기회로 시작한 이번 상승세는 베이징의 첨단 반도체 자립 추진이 성공하고 있다는 징후와 함께 9월 들어 빨라졌다.
주요 기업 주가 두 자리 급등…AI 기반시설 투자 늘어
기술 대기업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주가는 올해 각각 96%, 55%, 59% 올랐다. 특히 알리바바는 지난달에만 31%, 바이두는 48% 급등했다. 최근 AI 기반시설 투자 확대 발표, 바이두의 쿤룬(Kunlun) 라인 같은 자체 첨단 칩 설계 진전, 세계 경쟁력을 갖춘 AI 모델 등이 투자자들의 흥미를 더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위니 우 중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중국 AI에 대한 전체 이야기가 완전 바뀌었다"며 "중국이 AI 컴퓨팅 파워라는 매우 중요한 걸림돌에서 돌파구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PGIM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의 앨버트 곽 신흥시장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쟁이 다시 시작했다. 동물적 본능이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반전은 중국 기술 부문 단속으로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최대 80%까지 증발한 뒤 나온 것이다. 알리바바는 여전히 최고 시가총액인 8600억 달러(약 1203조 원)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하고 있다.
곽 매니저는 "지난 몇 해를 보면 기술 부문은 저성장, 투자 부족으로 특징지어졌고 기업들은 본질로 자사주 매입에만 집중했다"며 "딥시크가 전환점이었다. 모든 것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AI 모델 혁신으로 생산성 향상 기대…세계 투자자 관심 집중
딥시크 이전에는 "중국 기술기업들의 모든 설비 투자가 투자자들한테 의심받을 수 있었다"고 스탠다드차타드의 레이먼드 청 최고투자책임자는 말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그 투자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더 기꺼이 믿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알리바바의 치웬(Qwen) AI 모델, 텐센트의 위안바오(Yuanbao), 바이두의 어니 X1.1이 분석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업계 벤치마킹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중국 14억 인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수익화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애버딘의 부시 추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는 AI가 사람들이 일하고 기계와 상호작용하고 심지어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혁명으로 바꾸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대형 기술그룹들 사이의 조율한 만남은 정부 정책 변화를 신호했고 이 부문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였다고 차트웰 캐피털의 에반 응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말했다.
거시경제 부진에도 기술주만 독주…'세븐 타이탄' 부상
중국의 기술주 상승세는 디플레이션 압력과 하반기 성장 둔화 조짐에 시달리는 침체한 국내 경제에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2분기 기업 실적 부진에 실망했으며, CSI 300 지수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이제 4분기 연속 정체 상태다.
바클레이스의 엠마뉘엘 카우 유럽 주식전략 책임자는 "낙관론은 중국 거시경제보다는 기술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 그룹 홀딩, 샤오미, 반도체 제조 인터내셔널(SMIC), BYD, JD.com, 넷이즈로 구성한 '세븐 타이탄(Seven Titans)'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부터 약 26% 올랐다. 반면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7'(엔비디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은 같은 기간 약 17%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흥미는 홍콩에 상장한 대형주들을 넘어 캄브리콘, SMIC 같은 칩 제조업체와 혁신 바이오기술 기업들까지 퍼졌다. CSI AI 지수는 올해 6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항셍 바이오테크 지수는 98% 올랐다.
글로벌 투자자 중국 복귀…"칩 자립 진전 불분명" 경고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중국 AI 성장의 주요 구매자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밸류에이션과 유망한 기술 진전이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적게 투자해온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롬바드 오디에의 아시아 임의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 잭 시우는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GAM 홀딩의 앨버트 사포르타 그룹 최고경영자는 "주가 상승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공통된 심리다. 중국 기술주 투자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향후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는 약 80억 원의 저비용으로 미국 최신 AI 모델 훈련 비용의 10분의 1 수준만 사용해 GPT-4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칩 2천여 개만을 활용한 결과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하에서도 혁신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여전히 이번 상승세가 칩 자립 같은 분야에서의 실제 진전 못지않게 투기에 이끌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우 전략가는 칩 제조업체들이 큰 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가 외국 칩 구매를 금지한 것을 기술 발전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반도체 기술에서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면, 성능 좋은 엔비디아 칩 수입 중단 조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