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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베트남 박닌에 1.1조원 규모 '한국형 신도시'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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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베트남 박닌에 1.1조원 규모 '한국형 신도시' 짓는다

240ha 규모 '동남권 도시구역' 조성…인허가 절차 본격 착수
박닌성 인민위원장 "FDI 걸림돌 제거, 한국은 핵심 파트너"
베트남 박닌성 보끄엉(Võ Cường)에 위치한 한 도시 구역의 전경. 사진=라오동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박닌성 보끄엉(Võ Cường)에 위치한 한 도시 구역의 전경. 사진=라오동
베트남 북부 산업의 심장부인 박닌성(Bắc Ninh)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대규모 '한국형 신도시'가 들어설 전망이다. LH는 박닌성 내 '동남권 도시구역(Khu đô thị Đông Nam)' 조성을 위해 약 19조7800억 동(VND, 약 1조107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현지 당국과 인허가 절차를 위한 실무 협의에 돌입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 라오동(Lao Động)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4일 박닌성 인민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은 이 프로젝트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었다. 팜 호앙 손(Phạm Hoàng Sơn) 박닌성 인민위원장은 임현성 LH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을 단장으로 한 LH 대표단을 접견하고, 신도시 개발 사업의 승인 절차와 투자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상견례 차원을 넘어, 한국의 도시 개발 노하우가 베트남 핵심 산업 거점에 이식되는 구체적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40ha '동남권 도시구역' 청사진


이날 회담 내용을 종합하면, LH가 추진하는 '동남권 도시구역'은 박닌성 내 부닌(Vũ Ninh), 프엉 리에우(Phương Liễu), 년 호아(Nhân Hòa) 등 3개 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개발 예정 부지만 240헥타르(ha)에 달하며, 총 투자 규모는 19조7800억 동(약 1조1076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박닌성 도시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급 사업 중 하나로, 완공 시 지역 경제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H는 사업의 첫 단추인 '투자 주장(투자 정책 승인)'을 획득하기 위해 정밀 현장 조사와 서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개발 사업의 특성상 초기 인허가 단계가 사업 성패의 8할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LH가 행정 절차 조기 완료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현성 소장은 이날 면담에서 "신임 위원장 취임을 축하하며, 동남권 도시구역 건설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박닌성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LH가 진행 중인 각종 투자 촉진 활동과 시장 조사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행정 여건을 조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자본금 40조 LH, 'K-신도시' 이식


이날 회의에서는 프로젝트 시행자인 LH의 사업 수행 능력도 집중 부각됐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LH는 2010년 출범 이후 한국의 신도시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을 전담해 온 '도시 수출'의 선봉장이다.

LH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약 40조 원(약 290억 달러)에 이르며, 매년 12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측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주택 부족과 난개발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LH의 계획도시 모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자본력과 검증된 개발 노하우를 갖춘 LH가 박닌성 도시 인프라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박닌성 "韓기업에 최적 환경 제공"


팜 호앙 손 위원장은 LH의 투자 제안에 즉각 화답했다. 그는 "주택 건설 분야에서 LH가 축적한 잠재력과 경험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박닌성이 지향하는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도시'로의 도약에 LH가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팜 호앙 손 위원장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에 대한 '무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박닌성은 기업과 동행하며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적시에 해결해 최적의 투자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H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박닌성에서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이러한 협력이 베트남과 한국 양국의 우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박닌성에서 LH가 또 하나의 'K-건설'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국의 최종 승인 여부와 구체적인 착공 시점이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