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배 ETF만 3조 원 유출·암호화폐 400조 원 증발…월가 "거품 경고등 켜져"

반도체·테슬라 레버리지 상품서 대규모 자금 이탈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일일 지수 움직임을 2배 또는 3배로 늘리는 레버리지 ETF에서 이번 달 약 70억 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2019년 집계를 시작한 뒤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반도체 주식을 3배로 따라가는 '디렉션 데일리 반도체 불 3배 셰어스(SOXL)'에서만 23억 달러(약 3조 24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 상품은 이달 31% 올랐는데도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 주가 움직임을 2배로 늘리는 TSLL 펀드 역시 약 15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가 유출돼 출시 뒤 가장 큰 월간 유출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투자자들이 이익 확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암호화폐서 3000억 달러 증발…금 ETF로 자금 몰려
암호화폐 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약 3000억 달러(약 423조 원)가 증발했다. 레버리지 베팅이 풀리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급락한 여파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ETF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대표 금 ETF인 GLD에는 이달 들어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이상이 유입됐다.
현금성 ETF, 변동성 연계 상품 등 방어 자산으로 자금 유입도 수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기 거품 징조" 전문가들 경고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과도한 투기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앤드루 슬리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과매수 상태였고, 특히 위험성이 매우 높은 투기성 주식들이 그랬다"며 "이들 주식이 거품 영역에 이르고 있었던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인터액티브 브로커스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활발한 거래자들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는 주식, 특히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암호화폐 관련 주식을 쫓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 사거나 오를 때 쫓아가는 욕구는 확실히 줄었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 이번에도 기관보다 빨랐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도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TCW그룹 일라이 호튼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내내 기관투자자들과 견줘 어떻게 투자했는지 흥미롭다"며 "지난 4월 시장이 바닥을 찍었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실제로 그 하락 구간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월스트리트 기관들이 이끈 상승이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이끈 상승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PGIM 고정소득 그렉 피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이 약간 지친 것 같다"면서도 "최근 경제성장률이 좋게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현상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과 경제지표 발표 중단 우려 등이 투자자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