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아직 미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미국이 동맹국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들의 '착취'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관세가 강행되고 있지만 미 기업들의 체감 관세율은 아직은 낮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좀체 꺾이지 않고, 미 고용은 둔화세를 보이는 등 거시 경제 곳곳에서 관세 충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강한 내성을 보이면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재고가 바닥이 나거나 관세 정책이 완전히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관세 충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충격 흡수
배런스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관세가 오르거나 새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 품목들은 먼저 수입해 재고를 가득 채워뒀다.
또 관세가 낮게 책정된 곳에서 제품을 조달하도록 공급망을 재편하기도 하고, 환적 등을 통해 관세를 낮추기도 한다.
인공지능(AI)도 동원된다. 관세 영향을 모델링하고 경쟁사의 전략을 분석해 신속하게 가격, 공급 정책을 다시 짜고 있다.
트럼프가 의약품에 100%,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물리는 등 품목별 관세를 계속 도입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미 경제에는 아직 본격적인 관세 충격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 실효관세율은 아직 20%가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뚜렷한 한계
그러나 기업들의 대응은 한계가 뚜렷하다.
일단 재고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늦어도 연말 성수기를 보내고 나면 내년 1월부터는 기업들이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을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시작하는 3분기 실적 시즌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인 관세 충격을 말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애플은 이미 6월 말 마감한 3회계분기에 관세 비용이 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이달 마감하는 4회계분기에는 11억 달러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 시장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하는 10월 들어 관세 충격 속에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엔비디아
애플과 더불어 엔비디아, 테슬라, 팔란티어, 아이온Q 등 서학개미 투자 상위 5개 종목의 관세 영향은 서로 다르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원가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팔란티어와 아이온Q는 물품 관세보다는 관세가 미칠 거시 경제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만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TSMC에서 그래픽반도체(GPU)를, 한국에서는 AI 반도체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를 의존한다. 미국이 대만에 32%, 아직 무역협상이 끝나지 않은 한국에 25% 관세를 물리면 엔비디아는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해 가격 경쟁력 약화, 마진 감소에 맞닥뜨릴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는 미국 내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산에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이는 AMD나 브로드컴 같이 아시아 공급망에 노출돼 있지만 엔비디아처럼 대규모 미국 투자에 나설 수 없는 경쟁사들에 비해 엔비디아가 유리한 점이다.
테슬라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을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수입 완성차 관세 부담 타격은 거의 없다.
부품도 아직은 큰 부담은 없다.
트럼프는 자신이 1기 집권 시절 만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자동차 부품에는 아직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가 미국 생산에 투입하는 부품 가운데 약 6%는 관세 부과 대상 국가에서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원가 상승 부담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감안할 때 간접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팔란티어와 아이온Q
AI 소프트웨어 업체인 팔란티어와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Q는 대규모 수입에 따른 관세 노출이 매우 낮다.
그렇지만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이들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한 터라 관세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현실화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수 있다.
팔란티어는 기업 부문에서 매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
아이온Q는 아직 기업 덩치에 걸맞은 물리적 실적을 내지 못하는 터라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투자 심리가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위축되면 아이온Q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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