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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심해의 유령' 핵 어뢰 포세이돈 실전 배치…하바롭스크함 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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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심해의 유령' 핵 어뢰 포세이돈 실전 배치…하바롭스크함 발진

1만㎞ 사거리·심해 1,000m 항행…현존 방공망을 완전히 우회하는 '제4의 핵전력'
ICBM·핵잠수함도 아닌 '해저 자율 핵무기'…서방 "요격 수단 부재" 자인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핵 추진 자율 어뢰 2M39 포세이돈. 심해 1000m에서 1만㎞를 항행하며 해안 도시나 해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이 무기는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MD)를 완전히 우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러시아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핵 추진 자율 어뢰 2M39 포세이돈. 심해 1000m에서 1만㎞를 항행하며 해안 도시나 해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이 무기는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MD)를 완전히 우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핵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율 핵 어뢰를 실전 궤도에 올리며 해상 핵 억제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10월 포세이돈의 원자로 가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이를 전담 운용할 핵잠수함 하바롭스크(Khabarovsk)함까지 진수하며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핵 보복 체계를 완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브라질 매체 클릭 페트롤레오 이 가스(Click Petróleo e Gás)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침묵의 암살자' 포세이돈…심해 1000m에서 펼쳐지는 무제한 타격


공식 명칭 2M39 포세이돈(POSEIDON), 나토(NATO) 코드명 카년(KANYON). 서방 전략 분석가들이 '종말의 드론(Drone of the Apocalypse)'이라 부르는 이 무기는 기존의 어뢰 개념을 완전히 파괴하는 전혀 새로운 범주의 전략 핵전력이다.

전장 20~24m, 직경 약 2m, 중량 100톤에 달하는 이 거대 무인 잠수정은 내부에 소형 핵 원자로를 탑재해 사실상 무제한의 항속 거리를 확보했다. 수중 속도는 최대 54~70노트(시속 100~130㎞)로, 미 해군이 운용하는 버지니아(Virginia)급 핵잠수함의 최고 속도인 약 25노트를 크게 웃돈다. 작전 심도는 약 1000m로 추정되며, 이는 서방 대부분의 핵잠수함이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는 한계 심도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탑재 핵탄두의 위력은 공개 분석마다 편차가 크다. 일부 추정치는 최대 100메가톤을 언급하지만, 독립 분석가들 다수는 2~10메가톤이 보다 현실적인 수치로 본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이 약 15킬로톤(0.015메가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세이돈 한 발이 도시 하나를 소멸시키고도 남는 파괴력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해안 도시나 해군 기지 인근 해저에서 폭발할 경우, 광범위한 방사성 해일(Tsunami)을 유발해 목표 지역을 장기간 불모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 방어 체계의 '사각지대' 정밀 공략…핵 보복 패러다임의 전환


전략가들이 포세이돈에 주목하는 결정적 이유는 현존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가 이 무기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한 이지스(Aegis), 사드(THAAD), 패트리어트(Patriot) 시스템은 모두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탄도미사일, 혹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수중 1000m 심해를 유영하는 자율 핵 어뢰는 이 중 어느 범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냉전 시기 미국이 구축한 해저 수중청음기(SOSUS) 네트워크는 소련 핵잠수함이 내뿜는 지속적인 소음을 포착하는 데 탁월했다. 그러나 저속 은밀 항행 모드로 대심도를 이동하는 소형 자율 어뢰는 기존 잠수함과는 전혀 다른 음향 신호를 발생시킨다. 현재 서방 해군 독트린에는 이러한 표적을 전담 요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무기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을 '제2격(Second Strike) 확실성'으로 회귀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ICBM이 발사 후 수십 분 내 목표에 도달하는 즉각 타격 자산이라면, 포세이돈은 수일간 심해를 잠영하며 적의 방어망을 완전히 우회한 뒤 최적 시점에 기습하는 지연 보복 자산이다. 기존 핵 트라이어드(ICBM·전략 폭격기·SLBM)를 보완하는 제4의 전략 기둥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ABM 조약 붕괴가 낳은 '해저의 괴물'…20년 개발의 결실

포세이돈의 탄생 배경에는 미·러 간 전략 핵 균형의 균열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1년 12월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자, 바로 그 다음 달인 2002년 1월 포세이돈의 전신인 '스타투스-6(Status-6)'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어떠한 미사일 방어망도 통과할 수 없는 핵 보복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무기의 존재가 처음 서방에 노출된 것은 2015년 11월이다. 러시아 국영 TV 카메라가 푸틴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회의 장면을 촬영하던 중, '스타투스-6'으로 표기된 기밀 문서가 화면에 포착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를 의도된 전략적 신호로 해석했다. 이후 2018년 3월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포세이돈을 포함한 6종의 차세대 전략 무기를 공식 발표하며 존재를 인정했다.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핵위협이니셔티브(NTI)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최소 13차례의 시험이 진행됐으나 일부만이 부분적 성공으로 평가됐다. 2019년 8월에는 러시아 북부 냐노크사(Nyonoksa) 해군 시험장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발생해 핵 과학자 5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2025년 10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부상 군인들을 문병하던 자리에서 직접 "원자로를 가동한 상태로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실전 운용 단계 진입을 공식화했다.

※ 포세이돈을 전담 탑재하기 위해 설계된 하바롭스크(Khabarovsk)함은 2025년 11월 1일 러시아 북부 세브마시(Sevmash) 조선소에서 처음으로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핵잠수함은 처음부터 포세이돈 운용만을 목적으로 설계된 세계 최초의 전용 핵 어뢰 모함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