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YMTC, 美 첨단 장비 통제에 생산 '족쇄'…점유율 5% 붕괴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YMTC, 美 첨단 장비 통제에 생산 '족쇄'…점유율 5% 붕괴

핵심 장비 도입·유지보수 막혀…中 '반도체 굴기' 좌초 위기
삼성·SK하이닉스 초격차 질주 속 YMTC '공정 고착화'…자국산 장비는 역부족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점유율 5%가 붕괴됐다. 사진=YMTC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점유율 5%가 붕괴됐다. 사진=YMTC

한때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던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长江存储)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발목 잡히면서 성장을 멈췄다. 뛰어난 기술력에도 생산 설비 확충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술은 있으나 생산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평가 속에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에서 고립된 섬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IT전문 매체 톰스 하드웨어가 29(현지시각) 보도했다. 구형 장비의 노후화와 신규 장비 도입 차단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9년 64단 3D 낸드 양산을 본격화하며 세계 시장에 뛰어든 YMTC의 성장세는 파죽지세였다. 2020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불과 3년 만인 2023년 5%를 넘어서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강자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독자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을 앞세워 300층 이상 초고층 낸드 개발에 성공하고, 업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美 제재 직격탄…돈 있어도 못 사는 장비


하지만 YMTC의 질주는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한 대상에는 증착(Deposition), 식각(Etching), 계측·검사(Metrology/Inspection) 장비 등 반도체 생산의 동맥과 같은 핵심 설비가 모두 포함됐다. 이 조치는 YMTC에 치명타였다.
테크인사이츠의 최정동 수석 부사장은 최근 열린 'SEMI 회원사의 날 포럼'에서 이 상황을 명확히 짚었다. 그는 "YMTC는 몇 년 전까지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엑스태킹 4.0(300단 이상)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낸드 분야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최초로 채택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더 이상 팹(공장)을 확장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제재는 YMTC의 생산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당장 반도체 생산의 핵심 공정인 증착과 식각에 필요한 장비 조달 길이 막혔다. 이 때문에 기존 생산 라인을 개선하거나 신규 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YMTC의 시장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기준 5% 아래로 떨어지며 수년간의 성장세가 꺾였다.

설상가상으로, YMTC의 핵심 생산기지인 우한(Wuhan) 팹에 장비를 공급했던 다국적 기업들은 장비 설치, 조정, 유지보수 등 모든 기술 지원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외부의 도움 없이 노후화하는 장비를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장비 지원 중단은 경쟁사보다 기술 전환 속도가 뒤처지는 '공정 고착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비 자립' 나섰지만…멀고 험한 길


문제는 단순히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YMTC가 내부적으로 5세대(엑스태킹 .0) 낸드 양산에 성공하고 6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더라도, 이를 실제 대량 생산으로 연결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통상 새로운 공정 기술을 양산 라인에 적용하려면 장비 공급업체 전문 엔지니어들의 정밀한 장비 조정(Calibration)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YMTC의 연구개발 인력이 이 역할까지 떠맡아야 해 양산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수율 확보도 어려워졌다.

YMTC가 멈춰 선 사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최신 EUV 공정을 도입하고 300단 이상의 초고적층 낸드 양산을 확대하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기술 개발과 양산이 선순환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YMTC는 기술 개발 성과가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중국 정부와 YMTC는 '장비 자립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YMTC는 2026년까지 중국산 장비 기반의 생산 라인을 구축해 점유율 15%를 확보하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중국산 장비의 성능은 세계 선도 기업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으로, 테크인사이츠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대체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YMTC는 '기술은 가졌지만, 생산은 막힌 기업'이라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했다. 경쟁사들이 초격차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낡아가는 장비에 의존해 현상 유지를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한때 세계를 위협했던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꿈이 미국의 견고한 기술 장벽 앞에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