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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신한은행 베트남 법인, 상반기 이익 동반 하락…현지 은행은 16%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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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신한은행 베트남 법인, 상반기 이익 동반 하락…현지 은행은 16% 성장

핵심이익 악화·운영비 상승 이중고…HSBC, 자산·예대 동반 감소
현지 은행, 저금리 속 공격적 대출 확장…상반기 순익 16% 급증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이 2025년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순이자이익이 8% 감소하면서 세전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2조 8000억 동(약 14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신한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이 2025년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순이자이익이 8% 감소하면서 세전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2조 8000억 동(약 14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신한은행

고성장하는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HSBC와 신한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의 실적이 뒷걸음질쳤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 뚜오이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핵심 이익은 줄고 운영 비용은 늘어나는 이중고가 수익성을 압박한 탓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지 은행들은 공격적인 대출 확대를 발판 삼아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엇갈린 성적표는 현지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중고 겪는 외국계 은행…수익성·외형 동시 위축


HSBC 베트남의 2025년 상반기 세전 이익은 2조 300억 동(약 7680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이상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핵심 사업의 성과 저하였다.

구체적으로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이익이 2조 9000억 동(약 1077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3조 2000억 동)보다 9.3% 줄었다. 순수수료이익 역시 10% 넘게 감소했으며, 증권 거래 부문에서는 17억 동(약 90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외환 거래 부문 등에서는 일부 성과를 냈다. 외환 거래 순이익은 5170억 동(약 2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증했고, 다른 사업 활동에서도 1330억 동(약 70억 원)의 이익을 내며 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총영업비용이 1조 8000억 동(약 955억 원)을 넘어서며 12% 이상 급증해 전체 수익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은행 측이 신용손실충당금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0% 대폭 축소했음에도 이익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의 외형마저 축소됐다. 6월 말 기준 HSBC 베트남의 총자산은 134조 동(약 7조 1154억 원)으로 연초보다 소폭 감소했다. 고객 예금과 대출은 각각 108조 8000억 동(약 5조 7772억 원)과 65조 6000억 동(약 3조 4833억 원)으로 연초보다 5%가량 줄었다.

한국계인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 역시 수익성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2025년 상반기 세전 이익은 2조 8000억 동(약 148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순이자이익이 3조 9000억 동(약 2070억 원)으로 8%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HSBC와 달리 다른 재무 지표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207조 2000억 동(약 11조 원)으로 연초보다 6.5% 증가했다. 고객 대출 잔액은 2024년 말보다 7% 이상, 고객 예금도 6% 넘게 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자산과 예대 규모가 함께 성장했는데도 이익이 감소한 것은 사업 모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현지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압박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등에 업은 현지 은행, 고공행진


두 외국계 은행이 고전하는 사이, 베트남 현지 은행들은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지 증시에 상장된 27개 은행의 2025년 2분기 합산 세전 이익은 약 89조 동(약 4조 725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급증했다. 상반기 전체 누적 세전 이익은 172조 동(약 9조 1332억 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이러한 호실적은 정부 정책과 저금리 환경을 잘 활용하고, 부실채권을 제때 회수하며 신용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덕분이다. 현지 MB증권(MB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기준 베트남 은행권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상장 은행들의 신용 성장률은 3분기 말 14.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말까지 민간 은행은 18%, 국영 은행은 12%의 신용 성장률을 기록하며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상반기 성적표는 베트남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이 순이자마진 하락과 수수료 수익 변동성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반면 현지 은행들은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신속하게 건전성을 관리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외국계 은행이 현지화 전략 강화와 소매금융 심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현지 은행 중심의 시장 구도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