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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 차세대 메모리 특허 10년 만에 '최대'…AI 주도권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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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 차세대 메모리 특허 10년 만에 '최대'…AI 주도권 확보 총력

2022년 특허 1455건, 16년 만에 정점 수준…AI 시장 주도권 경쟁 본격화
CXL·MRAM 등 미래 기술 R&D 집중…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 가열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차세대 메모리 특허 출원이 급증, AI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차세대 메모리 특허 출원이 급증, AI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거인'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20년대를 기점으로 차세대 메모리 관련 특허 출원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10여 년 만에 연구개발(R&D) 리더십 재건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시장 대응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뒤집고,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과 MRAM(자기저항메모리) 등 미래 기술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술 전문지 닛케이 크로스텍과 닛케이 일렉트로닉스는 29일(현지시각) 특허분석업체 페이턴트필드의 자료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특허 출원 동향을 집중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특허분류(IPC)상 '정적 기억장치(G11C)'로 분류하는 삼성전자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20년부터 눈에 띄게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한 해에만 1455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06년의 1630건에 거의 다다른 수치다. 2010년대 들어 주춤했던 특허 확보 활동이 다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10년 이상 숨을 고르던 삼성전자가 원천 기술 확보와 지식재산권 방어벽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시대의 '혈맥', CXL 시장 선점 나선 삼성

삼성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메모리 패러다임과 곧바로 연결된다.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의 확산은 기존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뛰어넘는 고성능, 고대역폭, 저전력 메모리를 필수로 한다. 삼성전자가 특허 포트폴리오를 집중 강화하는 CXL 메모리와 MRAM이 바로 그 핵심 기술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잇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AI 서버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굳히고 있다. 2021년 업계 처음으로 CXL 기반 D램 개발에 성공했고, 2023년에는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D램을 개발해 고객사 인증까지 마쳤다.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내놓았다. 2026년 상반기 CXL 3.0 지원 D램 모듈(CMM-D) 출시를 시작으로, 2028년 하반기에는 CXL 4.0 대응 제품까지 선보인다는 목표다. 특히 CXL 3.0부터는 여러 장치를 묶어 관리하는 '패브릭' 기능을 도입해 최대 4096개의 CXL 장치를 동시에 연결, 데이터 병목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MRAM 역시 D램보다 빠르고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남는 비휘발성 특징을 지녀 차세대 컴퓨팅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는다.

특허가 곧 시장 지배력…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삼성전자의 특허 전략은 기술 보호를 넘어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경쟁사의 모방을 막고 기술 리더십을 입증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보유한 특허는 약 24만 건이 넘으며, 2024년에는 미국에서만 6377건의 특허를 새로 얻어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 우위를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샌디스크에서 낸드플래시와 SSD 관련 핵심 특허 209건을 사들이는 등 R&D는 물론 M&A로도 기술 장벽을 높이고 있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20년 757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차세대 기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G11C 관련 특허 출원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CXL 분야에서는 2.0 기반 96GB DDR5 D램의 고객 인증을 마치고 128GB 제품 인증을 준비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삼성전자를 뒤쫓고 있다.

2023년 1400만 달러(약 196억 원)에 그쳤던 세계 CXL 시장은 2028년 16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거대한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기술 경쟁의 막은 이미 올랐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특허 확보는 AI 시대에 걸맞은 선도 자리를 되찾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