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반도체 업계의 대표적 라이벌로 꼽혀온 인텔(Intel)과 AMD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AMD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추가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AMD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인텔도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세마포어 역시 대상 제품이나 공정 기술 등 협상의 세부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4월 AMD가 인텔의 제조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이번 협상이 성사된다면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가 사실상 양분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최근 ‘IDM 2.0’ 전략을 통해 직접 설계·생산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AMD 입장에서는 경쟁사 기술을 활용하는 비전통적인 선택이지만 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생산 능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텔과 AMD는 지난 수십 년간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온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연산 수요 확대와 차세대 서버·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협력·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논의는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