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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9 자주포, 베트남에 20문 수출…아세안 첫 2억 4500만달러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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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9 자주포, 베트남에 20문 수출…아세안 첫 2억 4500만달러 계약

러시아 무기 의존 80%서 탈피…한-베 방산협력 순찰함 이어 훈련·공동생산 확대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 한국 "제조 강국 베트남과 공동생산 적합"
K-9 자주포 훈련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K-9 자주포 훈련 모습. 사진=로이터
베트남이 한국산 K9 자주포 20문을 24500만 달러(3500억 원)에 들여오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러시아산 무기 의존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맞았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PDF)가 지난 10(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번 계약은 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에 K9을 수출한 첫 사례다.

러시아 의존 80%에서 나토 체계로


베트남은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군사 무기 수입의 80%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쏟아진 국제 제재와 공급망 차질, 성능 한계 탓에 이런 의존을 더는 이어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국방 분석가는 "K9 같은 한국산 무기 체계는 품질과 비용 효율, 지속 지원 서비스 면에서 여러 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20~2024년 기간 전 세계 무기 공급의 2.2%를 차지하며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으로 올랐다. 한국의 주요 고객은 폴란드 등 유럽과 중동 지역이었으나, 최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순찰함·훈련에서 공동생산까지


이번 K9 도입은 한국과 베트남이 고위급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지난 8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판반잉 베트남 국방부 장관은 양국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틀에서 국방 협력 양해각서를 넓히기로 합의했다. 베트남 응오이비엣지 보도를 보면, 당시 한국 순찰함 세 번째가 베트남에 넘어가면서 양국 협력 폭이 넓어졌다.

지난달에는 이두희 국방부 차관과 호앙쑤언치엔 베트남 국방부 차관이 서울에서 제12차 국방정책실무회의를 함께 이끌었다. 이 회의에서 양국은 훈련, 평화유지, 연구개발, 방산 산업 분야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제조 강국 베트남, 공동생산 적합"


베트남이 러시아식 구경 체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호환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상호 운용성과 표준화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유력한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추가 무기 도입은 물론 공동생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베넷 분석가는 "제조 강국인 베트남은 이런 협력 구도에 자연스러운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한국이 추진하는 'K-디펜스' 전략의 동남아시아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은 스스로를 방산 플랫폼 최고급 공급자로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는데, 베트남과 협력은 이런 전략의 핵심 사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