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시장 안팎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목을 모았던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조기 종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외신 슈에이샤 온라인은 14일 이와 같은 컬럼을 통해 ‘다카이치 트레이드 조기 종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일본은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다. 최초의 여성 자민당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가 당선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10월 중순 총리 선출을 앞두고 연립 여당을 형성하고 있던 공명당이 26년 만에 이탈을 선언하면서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 총재로 당선될 경우 일본 총리로 선출이 유력했던 이전 상황과 달리 연립 여당 파트너의 이탈로 자민당 총재가 일본 총리가 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장이 주목했던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조기 종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이런 흐름은 시장 지표로도 나오고 있다. 정국의 불투명감으로 인해 다카이치 트레이드의 핵심인 주식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명당이 연립 이탈을 통보한 지난 11일 오사카 거래소 닛케이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20엔 하락한 4만5200엔으로 야간 거래가 마감되는 장면이 나왔다.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다카이치 총재의 적극적 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한다. ▲엔저 진행 ▲주가 상승 유도 ▲채권 가격이 하락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다카이치 총재는 필요 시 적자 국채 발행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또 지난 10월 12일 다카이치 총재는 X를 통해 “재무성 출신 세금 전문가만으로 세제조사회 임원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전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을 우선시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관료주의 사회인 일본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 것.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재는 세제조사회장 인사에서 감세파와의 대립한 미야자와 요이치를 퇴임시키고, 오노데라 고노리 전 정조회장을 선임할 방침을 시사했다. 미야자와 세제조사회장의 퇴임이 확정되어 대체 재원이 필요치 않은 휘발유 잠정세율 폐지와 연소득 상향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적자 국채 증발과 채권 가격 하락, 엔저가 진행으로 주가 상승이 진행될 것이라는 ‘다카이치 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닛케이평균이 사상 처음으로 4만 8000엔까지 밀려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이런 다카이치 트레이드에 대한 반발로 이탈을 선언하는 악재가 나오면서 변수가 발생한 상황이다.
일본 정치권은 우선은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상황을 이용해 13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움직임도 난항에 부딫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헌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총리 선거에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를 쥔 제3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총리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연정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다마키 대표 또한 셈법이 복잡하다. 입헌민주당의 주도 아래 기존 연립여당에서 이탈한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이 새로운 연정을 수립할 경우 의석 수가 완전히 다른 야당들의 결합으로 인해 국정 운영이 매우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야당들의 조합으로 추대되는 총리가 단기간 정권 운영에 실패하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이 총리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로 인해 국민민주당이 SNS를 활용한 무당파층 포섭에 주력하는 등 연립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한편 정책이 유사한 공명당에 접근하고 있다.
더욱이 자민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도 다마키 대표는 "우리가 (정권에) 참여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며 연정 구성에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오히려 정책 실현을 호소해 국민의 지지를 모으고 해산 총선을 대비해 당세를 확대하는 것이 최선의 수라고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자민당 내에서 서서히 총재 선거 재실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 후나타 모토 전 경제기획청 장관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사임하고 총재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총재’가 블랙 스완으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던 공명당과의 이해관계로 인한 연립을 무너뜨린 만큼이를 유지할 수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가 새 총재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명당 사이토 테츠오 대표는 지난 11일 유튜브 프로그램 'ReHacQ(리하크)'에서 차차기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연립 협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슈에이샤 온라인은 “지난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캠프를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재무성 출신 의원과 관료들이었을 정도로 고이즈미는 재정 건전파 입장이 강하며 또 기존 보수 관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현재 이시바 정권과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고이즈미 신지로 총재라는 블랙스완이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다카이치 신임 총재 탄생으로 닛케이평균 주가는 사상 최초 4만8000엔을 돌파했지만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종말을 향하고 있다”라며 “현재 주식 시장에는 초소수 여당이라 하더라도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을 기대하는 세력이 있지만, 이 기대감이 무색하게 다카이치 총리 탄생이 무산되고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종말하게 될 경우 시장은 대폭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