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2025 노벨경제학상 '창조적 파괴'에 주목…"혁신이 성장 핵심"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2025 노벨경제학상 '창조적 파괴'에 주목…"혁신이 성장 핵심"

슘페터 계보 잇는 모키르·아기옹·하위트 선정…"분배 아닌 창출이 자유시장 비결"
자유시장 경제에서 부의 분배보다 창출이 핵심이라는 견해가 이번 노벨상 수상을 통해 새삼 확인되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자유시장 경제에서 부의 분배보다 창출이 핵심"이라는 견해가 이번 노벨상 수상을 통해 새삼 확인되었다. 이미지=GPT4o
지난 13(현지시각)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조엘 모키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위트 미국 브라운대 교수를 선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자유시장 경제에서 부의 분배보다 창출이 핵심"이라는 견해가 이번 노벨상 수상을 통해 다시 주목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역사와 수학으로 입증한 '창조적 파괴'


왕립과학원은 세 학자가 "혁신 주도 경제 장을 설명한 공로"1100만 스웨덴 크로나(16억 원)를 공동 수상한다고 밝혔다. 모키르 교수가 상금 절반을, 아기옹 교수와 하위트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나눠 받는다.

심사위원회는 모키르 교수가 역사 자료를 활용해 지속 성장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혁신이 스스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발전하려면 무언가가 작동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왜 작동하는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이런 과학 이해가 부족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쌓아가기 어려웠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그는 또 사회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허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아기옹 교수와 하위트 교수는 1992년 발표한 논문에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 파괴' 개념을 수학 모델로 만들었다. 새롭고 더 나은 제품이 시장에 들어오면 기존 제품을 팔던 기업들이 밀려나는 과정을 형식화한 것이다. 슘페터는 노벨 경제학상이 만들어지기 전인 1950년에 세상을 떠나 수상하지 못했다.

심사위원회 존 하슬러 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성장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창조 파괴 메커니즘을 유지하지 않으면 정체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분배 논의 주도한 경제학계에 던진 화두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수상이 특별한 뜻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경제학계는 분배 문제에 집중해왔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대규모 부유세 주장, 거대 기업 규제 강화론, 기후 재앙 대응을 위한 정부 주도 녹색 정책 등이 영향력을 떨쳤다. 현대통화이론(MMT) 전문가들은 정부가 돈을 더 많이 빌려 쓸수록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불평등 심화와 독점 폐해,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자유시장의 핵심은 부의 분배가 아니라 부의 창출에 있다"고 짚었다. 다른 경제체제도 투자율과 생산 방식은 따라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능력만큼은 따라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아담 스미스부터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까지 전통 모델들은 대부분 정태적이었다. 반면 슘페터의 경제는 끝없이 유동하며, 새로운 산업과 대기업이 파괴와 혁신의 물결 속에서 오르내린다. 모키르, 아기옹, 하위트는 이런 핵심 통찰을 발전시켜 살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쇠퇴하는 기업가정신, 정책 실패 경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년간 기업가정신이 진정한 옹호자를 찾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유럽에서는 규제와 세금 때문에 기업가정신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고, 중국에서는 독재 일당 체제가 이를 억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시장 진입률'로 측정하는 신규 기업 진입이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줄었다. 팬데믹 이후 스타트업 수가 다시 늘었지만, 정책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는 관료가 짠 산업 전략에 지나치게 기댔고,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정책과 관세를 과도하게 믿었다""보호무역주의는 혁신을 죽이는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론에 신경쓰지 않지만 적자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수들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차고 어딘가에서 자기 아이디어를 갖고 작업하는 외로운 창업자야말로 진짜 번영의 원동력"이라며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바로 이 점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알맞은 정책 뒷받침만 있다면 이들은 여전히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