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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시대의 그늘…美 데이터센터 폭증, 전력·물 소비 ‘환경 시한폭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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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시대의 그늘…美 데이터센터 폭증, 전력·물 소비 ‘환경 시한폭탄’ 우려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의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의 전경. 사진=로이터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전력 소모와 물 사용량 급증 등으로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이 에너지와 물 자원 위기를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고 14일(현지시각) 경고했다.

◇ 구글·아마존 등 ‘데이터센터 러시’…주민 반발 확산


NPR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최근 인디애나주 프랭클린에 450에이커(약 182만㎡)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짓기 위해 부지 용도 변경을 추진했으나 전력·수자원 과다 사용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유사한 갈등이 웨스트버지니아, 텍사스 등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NPR은 전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AI 서비스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일부 대형 시설은 축구장 17개에 맞먹는 면적을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일반 AI 데이터센터는 최대 10만 가구의 전력을 소비하며 현재 건설 중인 초대형 시설은 그 20배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냉각 장치 가동을 위해 매년 수십억 갤런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AI 투자 붐, 에너지 수요 폭증 불가피”


IEA는 AI 산업의 확장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출시한 이후 2년 만에 미국과 영국 가정의 40%가 AI 챗봇을 이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의 40% 이상이 AI를 업무에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7년까지 AI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의 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비중인 약 13%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앤드루 치엔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데이터센터 투자는 미국 경제에 단기적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 물 부족·전기요금 인상…지역 사회 불만 고조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버지니아 북부와 텍사스에서는 이미 전력망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과학자단체연합(UCS)은 “2024년 일리노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송전 프로젝트 비용으로 약 43억달러(약 5조9340억원)가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냉각수 사용량이 급증해 지하수 고갈 문제가 발생했다. 위스콘신대 밀워키캠퍼스의 멜리사 스캔런 교수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호수 수위와 지하수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이 지역이 얼마나 더 많은 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수자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무수(無水) 냉각 시스템’과 폐수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구글은 조지아주 데이터센터에서 하수 처리수를 냉각용으로 사용한 뒤 재처리해 다시 강으로 방류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재생에너지 제한 논란


전력 수요 급증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을 제한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진보연구소의 파반 벤카타크리슈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를 억제하면서 데이터센터 확대를 장려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AI 산업은 보조금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에너지에 묶여선 안 된다”며 “미국은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중심으로 다음 황금기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대규모 전력 공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스·원전의 조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에너지·수자원 관리가 실패할 경우 AI 산업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