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넘어 GGI로…정치·제도·기술 주도권 노리는 중국
러시아·인도·동남아와 전략적 연대 강화…‘반서방 블록’ 구축 가속
러시아·인도·동남아와 전략적 연대 강화…‘반서방 블록’ 구축 가속

2013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된 이후 첫 번째 주요 외교 전략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였다. 중국은 잉여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미국 국채 매입 대신 다른 나라에 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 주석의 의도는 무역 환경을 혼란에 빠뜨리기보다는 유럽과 미국에 더 많은 중국 제품을 판매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은 중국을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두 번째 대전략에 착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관세 전쟁 발발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무역 보호주의의 희생양이 되면서 중국이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한 결과다.
일대일로가 글로벌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 전략은 정책, 제도, 기술 조정을 통해 기존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제안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는 서구에 대항할 수 있는 다원주의적 세계 질서 수립을 목표로 한다.
◆ 러시아와의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
중국은 러시아를 에너지와 자원의 주요 공급국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이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으며, 에너지 다각화라는 오랜 원칙도 포기했다. 이는 중동이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 공급국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협상 끝에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계획 단계에 진입했다. 2030년대 완공되면 러시아는 30년 계약으로 연간 5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3명의 부총리와 10명의 장관을 직접 데려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지속되면서 러시아 경제 상황이 심각해져 중국의 관대함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 동남아 인프라 연결망 확대
SCO 정상회담 기간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동부 해안 철도 링크(ECRL)를 말레이-태국 국경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60% 완공된 665km 길이의 ECRL은 올해 상반기 8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방콕과 베이징은 철도를 라오스 국경까지 연장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 착공해 2031년 완공될 예정이다. 철도가 완공되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간 대량 상품 운송 비용이 최대 20% 감소할 전망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내 혼란에도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해 자카르타 북부 지역 방파제 건설을 위한 8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중국은 많은 이웃 국가들이 자국의 기술과 표준을 채택하도록 설득했다.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이 이전 1000mm 게이지에서 중국이 사용하는 1435mm 게이지로 전환했다.
◆ 중국-인도 관계 해빙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중국과 인도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인도 상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러시아 석유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에는 보복을 두려워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에 인도와의 관계 회복 기회를 제공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톈진 SCO 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는데, 이는 두 지도자 간 이해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인구를 합치면 28억5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인도가 파트너가 된다면 그 영향력은 아시아를 훨씬 넘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 향후 전망
앞으로 중국은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및 기술 분야 이점을 활용해 향후 10년 내 중국 주도 범아시아 철도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적 영향력을 디딤돌로 문화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어, 동남아·남아시아·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동맹국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 침체와 당 내 불만에 직면한 시진핑은 외교 정책을 통해 입지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