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의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블루메가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루메는 다만 포르쉐의 모기업인인 폭스바겐그룹의 CEO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포르쉐는 전날 낸 성명을 통해 “블루메가 폭스바겐그룹 CEO로서의 직무에 집중하기 위해 포르쉐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블루메는 지난 2015년부터 포르쉐를 이끌어왔으며 이어 2022년 헤르베르트 디스의 사임 이후 폭스바겐그룹의 수장을 맡았다.
블루메의 겸임 체제는 그간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자산운용사 DWS의 헨드리크 슈미트는 “블루메는 반쪽짜리 CEO)”라고 비판하며 두 대형 자동차 브랜드를 동시에 이끄는 것은 과중한 업무이자 이해상충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블루메는 “양사 CEO로서의 역할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밀리며 판매 부진과 비용 위기에 직면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겸직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포르쉐의 차기 CEO로는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맥라렌의 전 CEO 마이클 라이터스가 유력하다. 포르쉐 이사회는 “라이터스가 스포츠카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블루메는 2015년 취임 직후 포르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고 순이익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2022년 9월 포르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94억유로(약 13조8500억원)를 조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독일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과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생산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도이체벨레는 “블루메의 사임은 독일 완성차 업계의 전환기 불안 속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