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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올트먼 왜 '종말 벙커' 짓나...AI 공포인가 과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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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올트먼 왜 '종말 벙커' 짓나...AI 공포인가 과시인가?

기술계 억만장자들, AGI-세계 붕괴 시나리오 대비해 비밀 시설 건설 몰두
BBC "AGI 임박은 과장된 마케팅…벙커는 '종말 보험'이거나 사회적 지위 과시"
전문가들 "초지능 AI 담론보다 현재 AI가 초래하는 편견, 권력 집중 문제에 집중해야"
마크 저커버그, 샘 올트먼, 리드 호프먼을 비롯한 기술계 억만장자들이 벙커, 비밀 시설, '종말 보험' 계획을 건설하거나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샘 올트먼, 리드 호프먼을 비롯한 기술계 억만장자들이 벙커, 비밀 시설, '종말 보험' 계획을 건설하거나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기후 변화, 전쟁 등 전 지구적 붕괴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기술 분야의 억만장자들이 사적인 '종말 벙커' 건설에 몰두하는 현상이 포착됐다고 과학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크 주커버그, 샘 올트먼, 리드 호프먼 등을 포함한 기술계 거물들이 외딴곳의 비밀 시설이나 '종말 보험' 성격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행태가 대중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들이 대중이 모르는 심각한 위협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억만장자들의 우려가 과장되었거나 근거가 미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GI 공포, 마케팅에 가깝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인간만큼 똑똑하거나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를 뜻하는 인공 일반 지능(AGI)에 대한 이야기는 임박한 현실이라기보다는 과장과 마케팅에 가깝다는 데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억만장자들은 안전가옥과 벙커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주커버그는 하와이에 거대한 지하 대피소를 갖춘 대규모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그는 이를 '종말의 벙커'라는 주장은 부인하고 있다.

링크드인(LinkedIn)의 공동 창립자인 리드 호프먼과 같은 인사들은 뉴질랜드 등지에서 '종말 보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러한 행동은 초부유층이 사회 붕괴, 기후 재앙, 또는 악성 AI와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는 대중의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보험인가, 과잉 반응인가?


실리콘 밸리 일부 인사들, 심지어 첨단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기술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오픈AI(OpenAI)의 공동 창립자인 일리아 수츠케버는 "AGI를 출시하기 전에 벙커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알트만, 데미스 하사비스 등 일부 기술 리더들은 AGI가 향후 10년 안에 도래할 수 있다고 예측하는 반면, 사우스햄튼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웬디 홀 교수는 이를 과장된 주장으로 일축했다.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인간형 AI를 구현하려면 아직 많은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하며, 현재 AI는 놀라운 기술이지만 인간 지능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AI는 의식이 없으며 단지 단어나 패턴을 예측할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AGI가 곧 다가온다'는 이야기는 마케팅이나 자기 홍보, 또는 자금이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시급한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는 '초지능 AI' 담론


닐 로렌스 교수와 같은 일부 과학자들은 '초지능 AI'에 대한 이야기가 내재된 편견, 잘못된 정보, 일자리 감소, 거대 기술 기업의 권력 집중과 같은 더 시급한 문제에서 대중의 주의를 돌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로렌스 교수는 "AGI"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하며, 지능은 항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상 수준의 AI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AI가 권력, 경제, 그리고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는 억만장자들의 '파멸적 준비'가 강력한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진정한 두려움의 반영일 수도 있고, 초부유층이 부와 신중함을 과시하는 일종의 사회적 지위 과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합의는 AGI와 '초지능'이 코앞에 닥친 것이 아니며, 우리는 벙커가 필요한지보다 현재의 AI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